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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메리칸 셰프> 리뷰|아들이 아버지에게 가르친 것 블로그를 하다 보면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쓴 글인데 어떤 글은 거의 안 읽히고, 어떤 글은 조회수가 붙기 시작하면 댓글과 공감까지 따라오면서 점점 더 커집니다. 처음엔 글의 질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됐습니다. 좋은 것을 만드는 일과, 그 좋은 것이 발견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재능이라는 걸요. 영화 를 보면서 이 생각이 계속 났습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에는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칼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칼 캐스퍼는 일류 레스토랑에서 일할 만큼 실력 있는 셰프입니다. 영화 내내 카메라가 그의 손끝을 따라가며 확인시켜줍니다. 재료를 다듬고, 팬을 다루고,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능숙합니다. 그런데 칼한테는 결정적으.. 2026. 8. 9.
영화 <루프맨> 리뷰|예의는 바르지만 책임은 피한 남자 맥도날드 지붕을 뚫어 강도질을 한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 리뷰입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른 팀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갈등이 생긴 적이 있습니다. 상대 팀이 슬그머니 일을 떠넘기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쌓이다 보니 결국 팀원들끼리 부딪혔습니다. 상대 팀 팀장은 곧바로 달려와 중재하려 했는데, 우리 팀장은 실무진끼리 해결하라는 말을 남기고 빠졌습니다. 평소에는 동료처럼 친근하게 대해줬던 분이라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나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직원들한테 함부로 대한 적 없고, 커피도 종종 사줬습니다. 예의는 분명히 있는 분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팀장이 팀을 위해 목소리를 내줬어야 했던 자리에는 없었습니다. 영화 을 보면서 그 팀장님이 .. 2026. 8. 7.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 리뷰|사람은 사람을 따라 좋아한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비슷한 시기에 올린 글인데 조회수가 완전히 다르게 갈립니다. 50에서 멈추는 글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 갑자기 몇 천 명이 읽는 글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글의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잘 쓴 글이 읽히는 거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게 보였습니다. 조회수가 붙기 시작한 글에는 댓글이 달리고 공감이 늘어납니다. 반대로 아무도 안 본 글은 내용이 좋아도 그대로 묻힙니다. 사람들은 좋은 글을 찾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미 읽고 있는 글은 그냥 함께 읽는 것 같습니다. 묻힌 글이 꼭 더 안 좋은 게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넷플릭스 드라마 를 보면서 내내 이 생각이 났습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26. 8. 5.
영화 <오토라는 남자> 리뷰|문을 열기로 선택한 사람 짝꿍과 말다툼을 하고 나서 화해하고 싶은데 눈치만 봤던 날이 있었습니다. 진짜 별 것도 아닌 양말 벗는 것 가지고 싸우고는 그게 뭐라고 먼저 사과 하기는 또 싫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제 짝꿍도 먼저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풀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저런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다 저는 피곤해져서 낮잠이나 자려고 방에 커튼을 다 치고 이불 덮고 누웠습니다. 반쯤 잠들려 하는데 밖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나 아이스크림 먹을건데, 먹을래?” 너무 졸리고 귀찮았습니다. 잠이 막 들려고 하던 차에 깨버려서 순간 화가 더 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일어나서 나갔습니다. 아이스크림은 핑계였고, 화해하고 싶었으니까요. 영화 를 보면서 그 날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게 생각났습니다.※ 스포주의|본.. 2026. 8. 3.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리뷰|아버지가 내려놓은 것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야간 현장직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이 몇 번이고 찾아오셨습니다. 엄청 말리셨어요. 너 어쩌려고 그러냐고. 큰일난다고. 그만큼 걱정이 크셨던 거겠죠. 그래도 저는 결국 제 결심대로 그만뒀고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제가 무엇 때문에 지쳐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버텼었는데… 지금은 마음도 편해지고 표정도 밝아졌지요. 돌이켜보면 부모님이 저를 걱정하셨던 건 살면서 직접 겪어왔던 불안을 제가 똑같이 겪을까 봐서였을 겁니다. 본인들에게 안전해 보이는 길을 저에게도 권하신 거죠. 그 마음이 잘못돼진 않았습니다. 부모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도요. 다만 그 ‘안전한’ 길이라는 게 제가 느끼는 ‘안전함’과는 달랐다는 걸 모르.. 2026. 8. 1.
영화 <관상> 리뷰|끝내 읽지 못한 얼굴 9년 동안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했습니다. 오래 하다보니 상대가 지금 화가 났는지, 설명이 더 필요한지, 어떤 대답을 기대하는지를 표정과 목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겠더라구요. 참 이상한 게 남의 기분을 읽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반대로 내 상태는 뒤로 미뤄버립니다. 하루가 끝날 때마다 표정이 굳어 있고 아무 말도 하기 싫어졌는데도, 저는 그저 일을 잘해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 내부 인간관계에서까지 지쳐가면서 번아웃이 왔다고 느낄 때쯤에야 겨우 그만뒀습니다. ‘나는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은가’라는 가장 가까운 질문을 끝까지 뒤로 미뤘던 겁니다. 영화 〈관상〉을 보고 나서 그때의 일이 생각나더군요.※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남의 얼굴을 읽는 사람.. 2026. 7. 31.
넷플릭스 영화 <정점> 리뷰|사샤의 정점은 절벽이 아니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날, 팀장님한테 문자를 보냈어요. 저 양성 나왔어요, 이번 주 출근 못할 것 같아요. 팀원들에게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일 걱정은 하지말고 푹 쉬어요, 우리 괜찮아요.” 근데 저는 그 말을 그냥 믿질 못했어요. 회사가 엄청 바빠서 다들 정신없이 일할때였거든요. 화장실도 뛰어갔다올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빠진만큼 누군가의 하루가 길어진다는 게 자꾸 마음에 걸려서… 이마에 열이 펄펄 끓고 눈까지 뜨거웠는데도 노트북을 폈습니다. 괜찮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괜찮지 않았어요. 잘못한 건 없지만 괜히 미안해서요. 넷플릭스 영화 〈정점〉을 보다가 그 일이 떠올랐습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죄책감. 감정의 정점사샤는 호주 오지로 혼자.. 2026. 7. 30.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리뷰|목소리는 보냈는데 말은 걸지 않았다 마이클은 감옥에 있는 한나에게 오랜 시간 테이프를 보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읽었던 책을 낭독한 카세트 테이프를. 주소도 알고 있었고, 한나에게 직접 찾아갈 수 없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편지 한 통, 면회 한 번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테이프만 보냈습니다. 영화 를 보고난 제 머릿속에는 마이클만 남아 있었습니다. 목소리는 계속 보냈는데, 왜 말은 걸지 않았을까.※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테이프. 기묘한 소통방식영화는 열다섯살 마이클과 서른 여섯살 여인 한나의 만남으로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짧고 강렬한 여름을 보내면서 마이클은 한나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라집니다. 수년 뒤 마이클은 법대 세미.. 2026. 7. 29.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리뷰|수학보다 먼저 포기한 것 수능 보던 날 수리1영역 주관식 1번. 쉬운 문제입니다. 근데 그 문제가 계속 안 풀렸습니다. 손이 덜덜 떨렸고, 시간은 자꾸 가고, 당황하니까 더 안 풀렸습니다. 결국 그냥 2라고 썼습니다. 찍은 거죠. 근데 그게 맞았습니다.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맞았는데… 어려운 문제도 아닌데 제대로 풀어서 맞혔다면 더 좋았을걸 뭔가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어쨌든 다행이고 좋긴 했는데 뭔가 찜찜했습니다. 영화 를 보고 나니 20년도 더 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질문을 포기한 수학저는 수학을 포기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중위권 정도는 유지했습니다. 어찌저찌 열심히 해서 거기까지 갔습니다. 근데 정확히 알고 있다는 시원한 느낌은.. 2026. 7. 28.
영화 <말모이> 리뷰|할머니 말이 외국어 같았던 명절 어릴 때 명절에 할머니 댁에 가면 저는 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말은 들리는데 뜻은 모르는 사람. 갑자기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 부모님이 두분 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데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친할머니가 특히 강릉 사투리를 심하게 쓰셨었는데 저는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고녜이(고양이), 감재(감자) 지악(저녁)처럼 발음이 비슷한 건 문맥으로 대충 알아들었지만, 고벵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한참 동안 무슨 동물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무릎이란 뜻이었는데 말이죠. 명절 밤에도 그랬습니다. 제가 늦은 시간까지 뛰어다니며 잘 생각을 하지 않자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죠.“낯쎄고 둔눠!” 저는 또 어리둥절한 얼굴로 엄마 아빠를 쳐다봤습니다. 세수하고 누우라는 뜻이었습니다... 2026. 7. 27.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리뷰|바꿀 수 있어도, 바꿀 수 있을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냐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저는 바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바꾸고 싶은게 없어서가 아니라, 바꾸고 나면 지금 현재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망설임이 조금 더 길어졌습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알약 열 개의 무게소아외과 의사 수현은 캄보디아 의료 봉사 중 노인에게 알약 열 개를 받습니다. 삼키면 과거로 돌아간다는, 황당한 조건의 선물이요. 수현은 그 알약으로 30년 전 자신을 만나러 갑니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연아를 단 한 번만 다시 보고 싶어서요. 그러나 젊은 수현과 마주치면서 ‘한 번 보는 것’으로 끝날 수 있었던 시간여행은 연아의 죽음을 막.. 2026. 7. 26.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 리뷰|영화 한 편을 보는 동안 질문이 세 번 바뀌었다 영화 을 보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작가 이름을 검색하는 것이었습니다. 박천휴. 이 사람이 또 만든 게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영화가 저를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는 1시간 반 동안 질문이 세 번 바뀌었습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세상이 궁금했습니다영화가 시작되면 로봇이 사람과 함께 사는 세상이 그냥 펼쳐져 있습니다. 로봇이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공원에서 노인 옆에 앉아 있고, 아파트 복도를 걸어다닙니다. 구형 헬퍼봇들은 시대에 뒤처진 채 애물단지가 되어 있기도 합니다. 저 로봇들은 쓸모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질문은 영화 속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이미 AI 스피커가 집 안에 있고, 챗봇이 상담을.. 2026.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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