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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영화 <카운트> 리뷰|박시헌 선수가 35년 만에 금메달을 돌려준 이유

by 그린팝콘 2026. 7. 17.
📖 목차

영화 카운트 포스터
▲ 영화 <카운트> 포스터

 

2023년, 박시헌 선수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받은 금메달을 들고 미국 플로리다로 향했습니다. 결승전 상대였던 로이 존스 주니어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35년 동안 보관해온 금메달을 직접 건넸고, 원래 당신이 받았어야 했던 메달이라는 말도 전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로이 존스 주니어는 얼굴을 감싸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촬영된 지 2년이 지난 2025년 9월에 공개됐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영화 <카운트>를 보고 나서 알았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작품이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도, 박시헌이라는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재밌다면서 꼭 보라고 해서 가족들과 함께 틀었습니다. 별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보던 중 아빠가 갑자기 말했습니다.

 

“어! 이거 88올림픽 때 그 복싱선수 이야기네. 이거 실화야. 그때 진짜 좀 황당했었지. 선수 본인은 기분이 어땠을지 상상도 안 간다.”

 

82년생인 저는 서울올림픽 당시 너무 어려서 그 경기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아빠에게는 그날 심판이 박시헌 선수의 손을 들어 올리던 순간과, 정작 이긴 사람답지 않았던 그 표정까지 다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아빠는 벌써 1988년에 가 있었습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카운트> 는 어떤 작품인가

2023년 2월 22일 개봉한 <카운트>는 권혁재 감독이 연출·각본을 맡고 진선규, 성유빈, 오나라, 고창석 등이 출연한 108분의 스포츠 드라마 영화입니다. 1988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의 삶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영화는 금메달 뒤 복싱을 떠나 고향 진해에서 체육교사로 살아가는 시헌이 부당한 판정으로 링을 떠난 고등학생 윤우를 만나 학교 복싱부를 만드는 과정을 그립니다. 박시헌 선수가 실제 체육교사로 복싱부를 지도했다는 큰 틀은 사실이지만, 윤우와 학생들의 세부 이야기는 영화적 각색입니다. 

금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들지 못했던 사람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에서 박시헌 선수는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와 맞붙었습니다.

 

경기 결과는 3대 2 판정으로 박시헌 선수의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로이 존스 주니어가 경기를 압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ESPN이 전한 펀치 집계에서는 존스가 86회, 박시헌이 32회를 적중시킨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판정이 발표됐을 때 박시헌 선수는 기뻐하지 못했습니다. 졌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손이 올라갔으니까요.

 

링 위에 서 있던 박시헌 선수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이겼다고 기뻐할 수도 없고, 자신이 내리지 않은 판정을 대신 해명할 수도 없는 상황에 있는 그 찝찝한 기분이요.

 

판정을 둘러싼 의혹은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IOC는 1997년 존스에게 별도의 금메달을 주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공식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국내외에서 쏟아진 비난은 대부분 그의 몫이 됐습니다. ‘억지 금메달’, ‘국민 망신’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고, 금메달을 반납하라는 요구도 이어졌습니다.

 

영화 속 시헌이 윤우에게 유난히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윤우를 가르치는 일은 단순히 제자 한 명을 훌륭한 선수로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윤우가 링 안에서 보여준 실력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고, 동시에 시헌 자신이 다시 복싱 앞으로 돌아오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쓰러진 뒤에 시작되는 카운트

영화 제목인 ‘카운트’도 그래서 잘 어울립니다.

 

복싱에서 카운트는 쓰러진 선수의 패배를 곧바로 확정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을 주는 규칙입니다.

 

권혁재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로 제목 자체를 꼽았습니다. 힘들 때 잠시 쉬더라도 숨이 돌아오면 다시 싸울 수 있다는 뜻을 제목에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영화 속 시헌은 금메달을 따고도 이미 한 번 쓰러진 사람입니다. 윤우 역시 자기 실력과 상관없는 결과 때문에 링을 떠났고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 경기에서 누가 이기는가보다 시헌이 다시 체육관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더 좋았습니다.

 

이미 한 번 자신을 무너뜨린 장소로 돌아가는 일이니까요.

 

진선규의 연기도 이 이야기에 잘 어울립니다. 실제로 진해 출신인 진선규는 박시헌 선수처럼 복싱을 좋아했고, 영화 준비 과정에서도 박시헌 선수에게 직접 훈련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을 몰아붙일 때는 고집 센 체육 선생님인데 금메달 이야기가 나오면 표정부터 달라집니다. 크게 억울함을 설명하지 않아 오히려 그 사람이 숨겨온 시간이 더 보였습니다.

 

성유빈이 연기한 윤우와의 관계도 좋았습니다. 부당한 판정으로 상처받은 어른과 승부조작 때문에 링을 떠난 아이가 서로를 알아보는 관계말입니다. 둘이 처음에는 계속 부딪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헌이 윤우를 가르치는 것인지 윤우 덕분에 시헌이 다시 일어서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쓰러진 사람에게 다시 일어날 시간이 주어진다는 ‘카운트’의 의미가 두 사람 모두에게 적용되는 셈입니다.

 

※ 참고 자료: 연합뉴스 「‘카운트’ 권혁재 감독 “복싱 배우며 시나리오 썼죠”」

영화가 끝난 뒤 완성된 마지막 장면

<카운트>는 2023년 2월에 개봉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한 지 석 달쯤 지난 그해 5월, 실제 박시헌 선수는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를 찾아 로이 존스 주니어에게 자신의 서울올림픽 금메달을 건넸습니다. 공식 올림픽 기록은 여전히 박시헌 금메달, 로이 존스 주니어 은메달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는 전혀 다른 결말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영화에는 들어갈 수 없었던 <카운트>의 마지막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가족들과 한동안 박시헌 선수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빠는 당시 경기를 본 기억을 다시 꺼냈고, 저는 실제 경기와 그 뒤의 이야기를 찾아봤습니다.

 

친구가 재미있다며 추천해준 영화 한 편을 보다가 우리 가족은 1988년까지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저는 스포츠 영화의 감동은 누군가가 마지막에 이기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카운트>는 마지막에 승리한 사람이 그 승리 때문에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기는 것보다 다시 시작하는 일이 더 중요하게 보였던 이유입니다.

 

1988년의 박시헌 선수는 스물두 살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결정하지도 않은 판정 때문에 35년 동안 금메달의 무게를 견뎌야 했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날보다 그 메달을 건넨 날, 박시헌 선수의 마음이 더 편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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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카운트> 포토, 넷플릭스 코리아
※ 참고 자료

  • 영화 <카운트> 공식 작품 정보
  • 중앙일보 – 박시헌 선수·권혁재 감독 인터뷰
  • Reuters – 박시헌·로이 존스 주니어 금메달 전달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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