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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저는 개봉한 줄도 몰랐습니다. 뭘 볼까 찾다가 제목이 특이해서 멈췄고, 별 기대 없이 혼자 틀었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이상했습니다. 이렇게 예쁜 영화가 어떻게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지, 하는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찾아보니 사연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2025년 2월에 개봉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김혜영 감독의 첫 장편인데, 개봉 전에 이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 수정곰상, 이 상은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직접 뽑는 상입니다. 어른들의 평론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통과한 영화라는 뜻이죠.

     

    그런데 국내 관객 수는 12만 명이 채 안 됩니다. 저처럼 개봉 소식조차 모르고 지나간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늦게라도 발견해서 다행이었어요.

     

    영화 괜찮아-괜찮아-괜찮아!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포스터

     

    예술단 연습실에 몰래 숨어 살던 인영

    이야기의 중심에는 인영이 있습니다. 엄마를 잃은 뒤 집세까지 밀려 살던 집에서 나와야 하는 고등학생입니다. 갈 곳이 없어진 인영은 자신이 속한 한국무용 예술단 연습실에 이불과 생활용품을 가져다 놓고 몰래 생활합니다. 낮에는 다른 아이들과 춤을 추고,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밤에는 혼자 남아 잠을 자죠.


    설정만 보면 얼마든지 눈물이 나게 할 수 있었겠지만 영화는 인영을 불쌍한 아이로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인영은 자기 처지를 숨기느라 거짓말도 하고, 들키지 않으려고 잔머리도 굴립니다. 아무도 없는 예술단을 무서운 공간이 아니라 자기 놀이터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씩씩하다기보단 뭔가 씩씩한 척하는 데 익숙한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수건 한 장이 설아의 집에 들어오기까지

    설아는 작은 실수도 그냥 넘기지 않는 완벽주의자이고 인영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어른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사정을 알게 된 설아는 결국 자신의 집에 인영이 머물 자리를 내어줍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갑자기 가까워지는 건 아닙니다. 인영이 설아의 집 수건걸이에 자기 수건을 걸고, 물건들을 하나씩 풀어놓는 동안 집의 모양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늘 몸매를 관리하며 초록색 주스를 마시던 설아가 인영과 스팸과 계란프라이를 먹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설아가 인영을 일방적으로 구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인영이 설아의 집에 조금씩 스며드는 동안 설아도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빈틈없이 정돈되어 있던 설아의 생활에 웃음과 소란이 생긴거죠. 서로에게 부족했던 것을 각자 조금씩 채워주는 관계입니다.

     

    아이를 불쌍하게 바라보지 않는 어른

    손석구가 특별출연한 약사 동욱도 기억에 남습니다. 동욱은 인영이 약국에 찾아와도 어디서 자는지,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부터 캐묻지 않습니다. 같이 장난을 치고 오히려 더 놀아달라고 조릅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 하지 않는 어른이지요.


    인영의 곁에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깐깐하지만 결국 자신의 공간을 내어준 설아와, 철없어 보이면서도 인영이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동욱이 있습니다. 대단한 구원자는 없습니다. 필요할 때 곁에 있고, 아이가 먼저 손을 내밀 때까지 재촉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보는 내내 예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가지 의미로요. 우선 사람들의 마음이 예쁩니다. 다들 조금씩 서툴고 조금씩 다정하구요, 악역은 딱히 없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을 담아내는 방식도 예쁩니다. 화면이 화려하다는 뜻과는 좀 다릅니다. 인물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거리감이 마음에 듭니다. 인영이 외로워하는 순간에도 우는 얼굴로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는 대신 엉뚱한 상상과 농담을 끼워 넣고, 인영이 다시 자기 힘으로 움직일 때까지 한 발 떨어져 바라봅니다. 아이를 존중하고 있다는 게 보여서 저는 좋았습니다.

     

    예상한 결말인데도 좋았던 이유

    결말이 어디로 갈지는 중반쯤이면 보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변화가 조금 이상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어떤 대사는 영화가 전하려는 말을 너무 곧바로 꺼내놓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102분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결말은 예상했지만 인영과 설아가 가까워지는 과정까지 뻔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건 한 장이 걸리고, 식탁 위에 스팸과 계란프라이가 올라오고, 혼자 추던 사람들이 함께 군무를 맞춥니다. 영화는 관계가 달라지는 순간을 그런 작은 행동들로 보여줍니다.


    촬영 당시 이 영화의 제목은 ‘드림즈’였다고 합니다. 이후 김혜영 감독은 영화 속 사람들의 삶이 모두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금의 제목을 정했습니다. 원래는 ‘괜찮아’를 열 번쯤 쓰고 싶었지만 세 번으로 줄였다고 해요.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제목이 왜 세 번 반복되는지 알게 됩니다. 한 번으로는 부족한 사람들이 있는 거죠.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영화였는데 이제는 누군가 잔잔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고 하면 바로 추천하고 싶어졌습니다. 괜찮다고 세 번이나 말해주는 영화, 너무 괜찮다고 말이죠.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포토
    ※ 참고 자료
      -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공식 작품 정보
      - 연합뉴스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베를린영화제 수정곰상
      - 노컷뉴스 – 김혜영 감독 인터뷰
      - 엑스포츠뉴스 – 제목 변경 및 작품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