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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설> 리뷰|정작 묻지 못한 마음 수어로 마음을 주고받는 청춘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 리뷰입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말을 하지 않고도 가까워지는 용준과 여름의 사랑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두 사람의 설렘보다 여름과 가을 자매가 더 많이 생각났습니다. 두 사람은 수어로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마음은 서로에게 묻지 않습니다. 여름은 동생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가을은 그런 언니를 보며 고마움만큼이나 큰 부담을 느낍니다. 대화하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서 생긴 엇갈림. 저는 을 보면서 그 부분이 가장 답답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말.. 2026. 6. 29.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리뷰|양이 왜 이렇게 적어요... 라고 했던 날 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맛있는 냄새가 났습니다. 겨울이었고, 유독 추웠던 날이었습니다. 엄마가 어니언수프를 만들었다고 먹어보라고 하셨습니다. 한 숟가락 뜨는 순간 맛있다는 생각보다 거의 다 먹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양이 너무 적었습니다."엥? 근데 왜 이렇게 적어요? 양을 좀 더 많이 하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가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양파가 부드러워지고 아주 진한 갈색이 될 때까지 3~40분을 불 앞에서 계속 저어줘야 하는데, 아주 천천히 익혀야 풍미가 좋고 깊은 맛이 나기 때문에 이 과정이 중요하다고. 그러고 나서 화이트와인을 넣고 은근히 끓여주고, 치즈를 넣고 또 끓여준 다음에 마지막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는 것 까지 1시간이 걸렸다고. 게다가 엄마도 그.. 2026. 6. 28.
넷플릭스 영화 <토스카나> 리뷰|마늘 냄새가 먼저 설득한 것들 파스타를 만들 때 저는 꼭 마늘을 먼저 볶습니다. 올리브유가 달궈지면 마늘을 넣고 그 다음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한 30초 정도는요. 그 향긋하고 입맛 돋우는 냄새가 너무 좋아서 그냥 서서 맡고 있습니다. 삶은 면도 건져내고 소스도 준비해야 하는데, 그 30초 동안은 그런걸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요리를 하러 주방에 들어왔다가 어느 순간 냄새를 맡으러 서 있는 사람이 된 겁니다. 영화 〈토스카나〉를 보다가 그 30초가 떠올랐습니다. 화면 속 마늘이 올리브유에 닿는 순간, 갑자기 제가 주방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과일을 먹으며 틀어놓은 영화였는데 포크를 잠깐 내려놓았습니다. 화면에서 냄새가 날 리 없는데, 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는 요리를 많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요.. 2026. 6. 27.
넷플릭스 영화 <논나> 리뷰|자격보다 먼저 지켜야 했던 것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동안 명절 음식 냄새가 무서웠습니다. 정확히는 무섭다기보다는 피하고 싶었습니다. 전 부치는 냄새, 송편 찌는 냄새, 떡국 끓이는 냄새… 외할머니댁 부엌 냄새가 나면 저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냄새 안에 외할머니가 없다는 게 너무 이상했거든요. 냄새는 그대로인데 그 냄새의 주인이 없는 상태.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었습니다. 영화 를 보다가 그 때의 느낌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주인공 조가 어머니의 빈 주방을 멍하니 바라보는 장면에서였습니다. 아무 대사도 없는 장면인데 그 눈빛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격보다 기억을 먼저 본 식당조는 요식업 경험이 없습니다. 요리학교도 안 나왔고, 식당을.. 2026. 6. 26.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리뷰|왕이 아닌 아이로 밥을 먹었던 시간 유배된 어린 왕과 그를 맞이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리뷰입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친구에게 카톡이 왔을 때 저녁을 먹고 있었습니다."박지훈 눈이 너무 슬퍼. 진짜 너무 울었어. 눈이 부어서 지하철을 못 타겠다…"저는 밥을 먹던 도중에 바로 예매를 했습니다. 사극을 잘 안 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괜히 역사 공부를 하러 가는 기분이 들어서요. 계유정난, 단종, 엄흥도. 교과서에서 이름 외우느라 바빴던 그 시절 이후로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지나간 이야기이고, 결말도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뭔가 느낌이 달랐습니다. 눈이 부어서 지하철을 못 탄다니. 대체 어느정도길래? 극장에 들.. 2026. 6. 25.
영화 <페어런트 트랩> 리뷰|동생과 싸운 기억이 없었다면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쌍둥이 자매가 캠프에서 만나면서 시작되는 영화 리뷰입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비디오로 을 봤었습니다. 그때 보고 나서 재밌는 상상을 해봤었는데요. 혹시 나도 모르는 쌍둥이가 어딘가에 살고 있지 않을까. 나와 똑같이 생겼는데 전혀 다른 집에서 자란 아이를 우연히 만나면 얼마나 신기할까 이런 생각들 말이죠. 그런데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다가는 정반대의 상상을 하게 됐습니다. 만약 부모님이 저와 동생을 한 명씩 데려가서 서로의 존재도 알려주지 않은 채 키웠다면 어땠을까. 네 살 터울인 저와 동생은 어릴 때 엄청나게 싸웠습니다. 과자가 여러 개 있는데도 굳이 같은 것을 서로 먹겠다고 우기다가 과자를 바닥에 전부 쏟은 적.. 2026. 6. 24.
영화 <계춘할망> 리뷰|가짜 손녀에게 왜 화가 나지 않았을까 12년 만에 다시 만난 제주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 영화 리뷰입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은주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저는 반전보다 제 반응에 더 놀랐습니다. 현실에서 누군가 외로운 노인의 손녀 행세를 하며 돈을 노렸다면 명백한 사기입니다. 피해자는 계춘이고, 은주에게는 화가 났어야 맞는거죠. 그런데 저는 은주가 계춘의 집에서 쫓겨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거짓말이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영화를 언제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보고 있었던 걸까요. 계춘보다 은주의 사정을 먼저 걱정하게 된 제 마음이 이상해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 생각해 봤습니다. 혜지가 아닌 아이가 돌아왔습니다제주에서 해녀로 살아가는 계춘은 시장에서.. 2026. 6. 24.
영화 <피넛 버터 팔콘> 리뷰|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람 회사 일이 한창 바쁠 때였습니다. 집에 가면 쓰러져 자고 일어나면 옷만 겨우 갈아입고 출근하는 패턴이 몇 달째 이어졌습니다. 그때 옆자리 대리님과 거의 붙어서 일했습니다. 같이 야근하고, 당연히 밥도 같이 먹고, 일이 풀리면 같이 좋아하고 막히면 같이 막막해했습니다. 성격도 잘 맞아서 일 말고 개인적으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어느 날은 일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지금 내 옆에 있는 대리님이 가족보다 더 가족 같다...'을 보면서 그 시절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영화 속 잭과 타일러의 관계가 그랬거든요.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가까워진 게 아니라, 같이 걷고 밥 먹고 위험을 피하고 밤을 보내는 시간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서로한테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돼 있는 그 관계요.※ 스.. 2026. 6. 24.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 리뷰|회사 일이 꼬인 날 만난 플라멩코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구청 과장이 플라멩코를 만나게 되는 영화. 리뷰입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날은 회사 일이 유난히 꼬였습니다. 제가 애써 정리한 일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성과처럼 넘어갔고, 회의에서 꺼낸 의견도 별 반응 없이 묻혔습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창밖만 멍하니 봤습니다. 억울하다고 따질 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집에 바로 들어가기 싫어서 집 근처 영화관엘 갔습니다. 보고 싶은 작품을 정해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시간이 맞는 영화를 골랐습니다. 그게 였습니다. 포스터만 보면 가볍게 웃고 나올 영화 같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공 국희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국희.. 2026. 6. 22.
영화 <하이파이브> 리뷰|야쿠르트 아줌마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나 극장을 나오면서 친구한테 제일 먼저 한 말이 이거였습니다."야쿠르트 아줌마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냐?"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를 다 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이 왜 진심인지 알 겁니다. 사실 한국형 슈퍼히어로물이라는 말을 듣고 살짝 걱정했는데 코믹 액션이니 큰 기대 없이 웃으면서 재밌게 볼 수 있겠다 싶어 가볍게 보기로 했습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마스크걸의 주오남 때문에 고른 영화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안재홍 때문에 골랐습니다. 넷플릭스 에서 주오남을 연기한 걸 보고 이 배우는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순하고 웃긴 이미지로만 알던 배우가 그렇게 서늘한 인물을 소화하는 걸 보고 나니, 이 사람이 코미디를 하면 어떤 얼.. 2026. 6. 21.
영화 <스타 이즈 본> 리뷰|인생영화인데 두 번 볼 자신은 없습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운전을 하다가 라디오에서 Shallow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노래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영화를 본 지 한참이 지났고 내용을 전부 기억하는 것도 아닌데, 전주가 흐르는 순간 잭슨과 앨리의 표정, 마지막 무대,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멍하니 앉아 있던 제 모습까지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그 무대 영상이 떴을 때도 똑같았어요. 이 영화는 저한테 그런 영화입니다. 본 지 오래됐는데 아직 안 끝난 영화. 두 번 볼 자신이 없는 인생영화이상한 말인 건 압니다. 인생영화라면서 두 번 볼 자신이 없다니요. 그런데 저는 진심입니다. 한 번 더 본다면 그때 느꼈던 감정이 희석될까 봐 .. 2026. 6. 21.
영화 <리바운드> 리뷰|극장을 나온 친구는 “이거 진짜 실화냐” 만 반복했습니다 해체 위기의 고교 농구부가 다시 코트에 서는 실화 바탕의 영화 리뷰입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안에 불이 켜졌는데도 친구는 한동안 스크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겨우 입을 열어한 말이 ‘이거 진짜 실화냐’ 였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와… 이게 진짜 실화라고?" 이랬습니다. 극장을 나와서도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2023년에 개봉한 ‘리바운드’는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고 안재홍이 주연을 맡은 실화 영화입니다. 실제 2012년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고교농구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026년 4월에는 3년 만에 극장에서 재개봉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해체 위기에 .. 2026.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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