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TT · 드라마

넷플릭스 영화 <논나> 리뷰|자격보다 먼저 지켜야 했던 것

by 그린팝콘 2026. 6. 26.
📖 목차

영화 논나 포스터
▲ 넷플릭스 영화 <논나> 포스터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할머니 셰프들과 식당을 연 남자의 실화 바탕 영화 <논나> 리뷰입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영화 <논나> 기본 정보와 줄거리

기본 정보

  • 공개일: 2025년 5월 9일
  • 장르: 코미디, 드라마, 실화 바탕 영화
  • 감독: 스티븐 차보스키
  • 각본: 리즈 매키
  • 출연: 빈스 본, 수전 서랜던, 로레인 브라코, 탈리아 샤이어, 브렌다 바카로, 린다 카델리니, 조 맹거넬로
  • 러닝타임: 114분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논나〉는 스태튼아일랜드의 실제 식당 ‘에노테카 마리아’를 만든 조 스카라벨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월플라워〉와 〈원더〉를 연출한 스티븐 차보스키가 감독을 맡고, 리즈 매키가 각본을 썼습니다. 빈스 본이 조 스카라벨라를 연기하며 수전 서랜던, 로레인 브라코, 탈리아 샤이어, 브렌다 바카로가 네 명의 논나로 출연합니다.

줄거리

어머니를 떠나보낸 조는 가족이 함께 먹었던 음식과 주방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스태튼아일랜드에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열기로 합니다. 요식업 경험도 없는 그가 선택한 셰프는 전문 요리사가 아니라, 각자의 지역 음식과 조리법을 간직한 이탈리아 할머니들입니다.


조는 로베르타, 안토넬라, 테레사, 지아를 주방으로 불러 모으지만 서로 다른 방식과 강한 자부심을 가진 논나들은 사소한 조리법부터 부딪힙니다. 영화는 경험 없는 식당 주인과 고집 센 할머니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에노테카 마리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2. 영화 <논나> 관람 포인트

  • 코미디 이미지가 강한 빈스 본이 과장된 감정 표현을 줄이고, 상실을 무모한 행동력으로 바꾸는 조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
  • 네 논나의 말투와 손동작, 조리 순서와 지역 음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서로 다른 삶의 배경을 드러내는 베테랑 배우들의 호흡
  • 완성된 음식만 보여주지 않고 반죽을 치대고 소스를 젓고 크림을 채우는 손의 움직임을 가까이 담아낸 음식 촬영과 스타일링

그린팝콘 픽|왜 조는 요리 시험 대신 ‘어머니의 음식’을 물었을까

영화를 보고 실제 식당인 '에노테카 마리아'가 궁금해 관련 기사를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실제 조 스카라벨라는 논나를 면접할 때 요리를 시켜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어린 시절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어머니가 무엇을 만들어주었는지를 물었습니다.

 

영화 속 조가 논나들에게 이 질문을 그대로 건네는 장면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문 경력이나 자격을 확인하는 대신, 어머니와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음식을 만들 사람을 찾습니다. 네 논나 역시 정해진 하나의 레시피를 따르기보다 자신이 자란 지역과 가족의 방식대로 요리합니다.


영화는 실제 조의 독특한 면접 방식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논나를 선택하고 음식을 대하는 방식에는 그 기준을 남겨두었습니다. 조가 확인하려 한 것은 화려한 기술보다 한 사람이 어떤 식탁에서 자랐고, 무엇을 기억하며 요리하는지였던 것처럼 보입니다.


※ 참고 자료: New Hampshire Public Radio, 「Italian ‘Nonnas’ Bring Taste of Home to Staten Island」

 

3. 관람평|자격보다 먼저 지켜야 했던 것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동안 명절 음식 냄새가 무서웠습니다. 정확히는 무섭다기보다는 피하고 싶었습니다. 전 부치는 냄새, 송편 찌는 냄새, 떡국 끓이는 냄새… 외할머니댁 부엌 냄새가 나면 저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냄새 안에 외할머니가 없다는 게 너무 이상했거든요. 냄새는 그대로인데 그 냄새의 주인이 없는 상태.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감각이었습니다.

 

영화 <논나>를 보다가 그 감각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주인공 조가 어머니의 빈 주방을 멍하니 바라보는 장면에서였습니다. 아무 대사도 없는 장면인데 그 눈빛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자격 없이 시작하는 일

조는 요식업 경험이 없습니다. 요리학교도 안 나왔고, 식당을 운영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나서 대뜸 이탈리아 식당을 차리겠다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버립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만들어온 음식을 세상에 남겨두고 싶어서.

 

현실적으로 보면 너무 무모한 겁니다. 요즘 자영업이 얼마나 힘든지는 해본 사람이 아니어도 대충 압니다. 그런데 저는 그 무모함이 밉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영화 내내 저는 조를 응원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격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뭔가를 시작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경험이 있어야 하고,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조가 하려는 일은 자격으로 버티는 게 아닙니다. 사라지는 것들을 붙들어두는 일이니까요. 조에게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음식이 자신과 함께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했지 자격 증명이란 건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빈스 본이 조를 연기했는데, 코미디 이미지가 강한 배우라 처음엔 좀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이 배역에 딱 맞는 사람이었습니다. 어수룩하고, 잘 모르면서 일단 저지르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 그 뭉클함이 과장 없이 전해졌습니다. 처음엔 ‘저러다 망하겠구나’ 싶다가도, 논나들 한 명 한 명을 찾아다니는 장면을 보면서 어느새 저도 같이 두근거리고 있었습니다.

셰프보다 논나여야 했던 이유

영화의 심장은 결국 논나들입니다. 수잔 서랜든, 로레인 브라코, 탈리아 샤이어, 브렌다 바카로.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배우들인데, 영화 안에서는 어딘가에 실제로 살고 있을 법한 할머니들로 보였습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요리해온 논나들. 미슐랭 레스토랑도, 요리책 출판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 손맛이 음식 평론가의 극찬을 받습니다.

파스타 반죽을 와인병으로 밀어내는 논나의 손을 보는데 저는 외할머니의 손이 보였습니다. 영화가 그 손을 특별히 오래 비춘 것은 아니었지만, 저한텐 잘 보였습니다. 명절이면 밀가루를 묻히고 전을 뒤집던 주름진 손처럼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파스타 반죽 장면에서 이유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시칠리아 출신 로베르타와 볼로냐 출신 안토넬라가 서로 자기 지역 요리가 진짜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웃으면서 봤는데 명절마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간장 양으로 입씨름하시던 게 생각나서 피식- 했습니다. 그 입씨름도 결국 자기 방식에 대한 확신이었을 겁니다. 오래 해온 음식일수록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마음이 있잖아요.

 

그리고 한국 제목에서도 ‘할머니’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 ‘논나’라는 단어.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왜 제목이 〈할머니들〉이 아니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가족의 온기, 손때 묻은 레시피, 이민자 세대의 자부심 같은 것들이 그 단어 안에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그런 단어는 번역이 되는 순간 오히려 가벼워집니다.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

이 영화를 보면서 갑자기 든 생각이 있는데요. 사람이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어떤 부분이 남는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년이 지나자 목소리가 살짝 흐릿해졌습니다. 그런데 음식에 붙어 있는 기억은 달랐습니다. 명절에 부천 큰이모가 부친 전을 먹다가 불쑥 외할머니가 떠오를 때가 있었습니다. 맛이 똑같아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음식을 먹을 때의 감각, 밥상 앞에서 느꼈던 안도감 같은 게 어딘가에 살아 있었습니다. 배부르다는 것과는 다른 어떤 충만함 같은거요.

 

조가 식당을 열기로 한 이유도 그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방식으로 기억하는 것보다, 그 맛을 세상에 살아있게 하는 것. 식당 운영 경험도 없이 시작했지만, 그가 지키려 한 것은 자격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엔딩 크레딧에는 실제 인물 조가 나옵니다. 영화 속 묘사 그대로의 사람이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현실이 때로는 어떤 각본보다 더 극적이라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영화를 본 뒤에 저는 부천 큰이모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그냥 명절 때 전 부치는 법 배워도 되냐고 물어보고 싶어서요.
큰이모는 잠깐 조용히 있다가 “그럼 와”라고 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영화 계춘할망 포스터
▲ 영화 <계춘할망> 포스터

영화 <계춘할망> 리뷰|가짜 손녀에게 왜 화가 나지 않았을까

 

할머니와 젊은 세대가

서로에게 돌아갈 집이 되어주는

따뜻한 작품입니다

 

 

 

※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네이버 영화 <계춘할망> 포토
※ 참고 자료: 영화 <논나> 공식 작품 정보


소개 ·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이용약관

© 2026 그린팝콘의 리뷰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