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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영화 <청설> 리뷰|정작 묻지 못한 마음

by 그린팝콘 2026. 6. 29.
📖 목차

영화 청설 포스터
▲ 영화 <청설> 공식 포스터

수어로 마음을 주고받는 청춘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 <청설> 리뷰입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청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말을 하지 않고도 가까워지는 용준과 여름의 사랑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두 사람의 설렘보다 여름과 가을 자매가 더 많이 생각났습니다.

 

두 사람은 수어로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마음은 서로에게 묻지 않습니다. 여름은 동생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가을은 그런 언니를 보며 고마움만큼이나 큰 부담을 느낍니다.

 

대화하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서 생긴 엇갈림. 저는 <청설>을 보면서 그 부분이 가장 답답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말소리가 줄어드니 얼굴이 보였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용준은 부모님의 도시락 가게에서 배달 일을 돕다가 수영장 앞에서 여름을 만납니다. 용준은 가을과 수어로 대화하는 여름을 청각장애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알고 있던 수어로 먼저 말을 겁니다.

 

<청설>은 주인공들이 수어로 대화하는 장면의 비중이 높습니다. 처음에는 음성 대사가 적은 장면들이 조금 어색했습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감정이 전달될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도 배우들의 얼굴을 유심히 보고 있더라고요. 눈이 어디를 향하는지, 손이 잠깐 멈추는지, 상대의 표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따라가게 됐습니다.

 

버스 안에서 세 사람이 수어로 대화하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요즘 대중교통에서는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봅니다. 그런데 세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그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소리가 없는 대화인데도 주변의 누구보다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으니까요.

 

클럽 장면도 좋았습니다. 음악이 크게 울리는 공간에서 세 사람은 스피커의 진동을 손과 몸으로 느낍니다. 청각장애인이 음악을 경험하는 방식을 설명으로 전달하지 않고, 관객이 그 감각을 따라갈 수 있게 만든 연출이었습니다.

 

사랑해서 대신 살아주려 했던 언니

여름은 청각장애인 수영선수인 가을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활을 돌보고 아르바이트까지 합니다. 자신의 진로나 하고 싶은 일은 계속 뒤로 미룹니다. 처음에는 동생을 아끼는 다정한 언니의 희생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가을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보니 언니가 마냥 고맙기만 한 사랑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꿈에 가까워질수록 언니의 삶이 늦어진다면, 메달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마음도 가볍지만은 않았을 테니까요.

 

저는 누군가가 저 때문에 자신의 일을 포기한다면 마냥 고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고맙고 든든하겠지만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언젠가 갚아야 할 빚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가을이 여름에게 화를 낸 것도 언니의 희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더는 자신을 이유로 언니의 삶이 미뤄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였습니다.

 

여름은 가을에게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가을은 언니가 자신 때문에 묶여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에게 부족했던 것은 대화의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너는 정말 무엇을 원해?”라고 직접 묻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답답했던 겁니다.

 

반전보다 아쉬웠던 빠른 해소

사실 여름은 청각장애인이 아닙니다. 가을과 소통하기 위해 평소 수어를 사용해 왔을 뿐입니다. 용준은 여름을 청각장애인이라고 생각했고, 여름 역시 처음부터 수어로 말을 걸어온 용준을 같은 처지라고 오해합니다. 두 사람 모두 상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가까워진 셈입니다.

 

이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에는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아, 그래서 그랬구나’에 가까웠습니다. 앞의 장면들을 되짚어보면 힌트가 있었는데도 자연스럽게 속아 넘어갔습니다.

 

다만 그 사실을 알게 된 뒤 두 사람의 감정이 너무 빨리 정리되는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한쪽이 의도적으로 속인 것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당연하다고 믿었던 사실이 한순간에 뒤집힌 상황입니다. 저였으면 한동안 멍하니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어색함과 당황스러움을 충분히 풀기 전에 다시 밝은 분위기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장애 여부를 로맨스의 반전 장치로 사용한 선택도 관객에 따라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반전 자체보다도 그 이후의 감정을 가볍게 정리한 방식이 좀 더 걸렸습니다.

 

<청설>은 용준과 여름의 풋풋한 로맨스만으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홍경과 노윤서의 수어 연기도 자연스럽고, 말소리를 줄인 장면에서는 두 배우의 표정이 더 잘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더 마음이 갔던 건 여름과 가을의 관계였습니다. 사랑해서 자신의 시간을 내어준 언니와, 그 사랑을 더는 받기만 할 수 없었던 동생. 두 사람이 수어로 나눈 수많은 대화보다 끝내 제때 묻지 못한 한마디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그 많았던 손짓 중에 “너는 어떻게 살고 싶어?” “무엇을 원해?"라는 물음이 있었으면 어땠을까요. 오히려 사랑과 고마움이 너무 커서 조심스러운 마음에 말을 더 아꼈던 건 아닐지. 저도 글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와서야 다르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영화 <청설> 작품 정보

  • 개봉: 2024. 11. 06.
  • 장르: 드라마, 로맨스
  • 감독·각색: 조선호
  • 원작: 청펀펀 감독의 대만 영화 〈청설〉(2009)
  • 출연: 홍경, 노윤서, 김민주, 정혜영, 현봉식
  • 러닝타임: 109분
  •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영화 〈청설〉은 2009년에 제작돼 이듬해 국내 개봉한 동명의 대만 영화를 한국의 20대 청춘 이야기로 옮긴 리메이크작입니다. 〈하루〉의 조선호 감독이 연출과 각색을 맡았으며, 원작의 로맨스를 바탕으로 여름과 가을 자매의 관계와 진로 고민을 비중 있게 담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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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청설> 포토, 넷플릭스 코리아
※ 참고 자료: 영화 <청설> 공식 작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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