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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피넛버터팔콘>이 바로 그런 영화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로드무비인 줄 알았습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청년이 꿈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라기에 따뜻한 감동 정도를 예상했어요.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 제 머릿속에 남은 것은 감동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여운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많은 것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반대로 누군가는 세상이 정해놓은 한계 속에서 출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우리를 가두는 것은 장애일까, 환경일까, 아니면 스스로 만든 두려움일까.'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 질문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출처: 나무위키

    맞섬 - 꿈을 향해 도망친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해 걸어간 사람

    주인공 잭은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그는 프로 레슬러가 되겠다는 꿈 하나만 품고 시설을 탈출합니다. 누군가는 그 꿈을 보고 현실성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은 잭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설 직원들은 잭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그의 가능성을 제한합니다. 위험하니까 안 되고, 어려우니까 안 되고, 할 수 없으니까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잭은 이상하리만큼 단순합니다. 하고 싶으니까 합니다. 꿈이 있으니까 갑니다. 어쩌면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너무 많은 이유를 만들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패할까 봐, 손해 볼까 봐, 사람들이 비웃을까 봐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잭이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낯선 길을 걷고, 레슬러를 만나겠다는 목표 하나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모습이 저는 이상하게 부러웠습니다. 그는 세상이 정한 한계를 믿지 않았고, 그 믿음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관계 - 상처 입은 두 사람이 서로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잭이 만난 타일러 역시 완벽한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가진 인물입니다. 형을 잃은 슬픔과 죄책감 속에서 방황하며 살아갑니다. 처음에는 잭을 귀찮아합니다. 책임지기 싫어하고 떠넘기려 합니다. 그런데 둘이 함께 여행을 계속하면서 관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가장 좋았던 부분도 바로 여기였습니다. 영화는 둘의 우정을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있어서 가까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함께 걷고, 밥을 먹고, 위험을 피하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평범한 시간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같은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특히 타일러가 잭을 진심으로 인정해 주는 순간들은 괜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세상은 늘 잭을 도와줘야 할 사람으로만 바라보지만, 타일러는 점점 그를 동등한 친구로 대하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인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가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 주는 것. 영화는 그 단순한 문장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보여줍니다.

    용기 - 마지막 점프가 전해준 진짜 의미

    영화의 마지막, 잭은 오랫동안 동경했던 레슬러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가 상상했던 것과 다릅니다. 영웅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생각보다 초라하고, 냉정하며, 실망스러운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그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우상을 만들지만 결국 그들도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잭은 결국 링 위에 오르고 자신만의 점프를 성공시킵니다. 사실 그 점프가 대단해서 감동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순간은 잭이 남들이 정해놓은 인생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살아냈다는 선언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행복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요. <피넛버터팔콘>은 장애를 다룬 영화이기도 하고 우정을 그린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용기에 대한 영화로 남았습니다. 세상이 안 된다고 말해도 끝까지 해보겠다고 나아가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의 곁을 함께 걸어주는 사람. 이 영화는 그 두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영화를 찾는다면, 저는 이 작품을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0Av2Clx4w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