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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할리가 런던에 처음 도착하는 장면에서 숨을 참았습니다. 수영장에서 마주친 두 소녀가 서로의 얼굴을 보는 그 순간, 거울을 보는 것 같은 그 정지된 2초가 지금도 선명합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나한테도 어딘가에 나랑 똑같이 생긴 애가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1998년에 만들어낸 마법이었습니다.
    페어런트트랩은 단순한 가족 영화가 아닙니다. 이혼한 부모, 다른 대륙에서 자란 쌍둥이, 그리고 두 아이의 작전. 이 뼈대만 보면 흔한 설정 같지만, 낸시 마이어스는 이걸 완전히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에 나온 영화인데,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요즘 나오는 가족 영화들보다 훨씬 영리하고, 따뜻하고, 솔직합니다.

     

    출처: 나무위키

     

    포커 한 판 - 작전의 시작

    린지 로한은 이 영화 촬영 당시 열한 살이었습니다. 그 나이에 두 개의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란 애니는 씩씩하고 좀 거칠고 야구 글러브를 끼고 살고, 런던에서 자란 할리는 유럽식 교육을 받아 조금 더 차분하고 격식을 차립니다. 이 둘이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 서로를 탐색하는 눈빛, 그리고 조금씩 허물어지는 경계까지. 린지 로한은 이걸 한 사람이 연기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포커를 치면서 서로를 처음으로 인정하는 장면, 그리고 할리가 자신의 엄마 사진을 처음 꺼내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정말 두 명의 배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감정의 온도가 다릅니다. 애니는 조금 더 충동적으로 반응하고, 할리는 잠깐 눌러 담았다가 터뜨립니다. 열한 살 배우가 이 차이를 의식해서 만들어냈는지, 아니면 그냥 타고난 것인지. 어느 쪽이든 결과는 경이롭습니다. 더 놀라운 건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장면들입니다. 분할 화면 기술이야 당시 이미 존재했지만, 연기 자체가 그걸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상대 배우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 배우와 눈을 맞추고, 타이밍을 맞추고, 웃음의 방향을 맞춰야 하는 그 작업을. 린지 로한은 그걸 해냈고, 우리는 그 결과물을 보면서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오두막의 밤 - 와인 한 잔, 오래된 노래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이 영화에서 한 일 중에 가장 탁월한 것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겁니다. 보통 가족 영화에서 이혼이나 재결합 같은 주제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처리되거나, 반대로 너무 가볍게 희화화됩니다. 페어런트트랩은 그 중간 어딘가를 정확히 집어냅니다.
    할리와 애니가 서로의 부모를 바꿔치기하는 작전을 짜는 장면은 분명히 코미디입니다. 하지만 그 바닥에는 진지한 감정이 깔려 있습니다. 아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한때 사랑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이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어른들은 상처와 자존심 때문에 그걸 모른 척하지만, 아이들은 그냥 직진합니다.
    닉과 엘리자베스가 오두막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오래된 노래가 흐르고, 와인 한 잔이 놓이고, 두 사람은 잠깐 서로가 왜 헤어졌는지를 잊습니다. 낸시 마이어스는 이 장면을 질질 끌지 않습니다. 대사도 많지 않습니다. 그냥 두 사람이 서로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게 진짜 로맨스를 연출할 줄 아는 감독이 하는 일이에요.
    닉의 새 약혼녀 메레디스라는 캐릭터도 흥미롭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분명히 빌런 포지션이지만, 낸시 마이어스는 그녀를 단순히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메레디스는 그냥 잘못된 타이밍에 잘못된 사람과 있었던 것뿐입니다. 이 디테일 하나가 영화 전체의 온도를 지나치게 작위적이 되지 않도록 잡아줍니다.

     

    공항의 재회 - 내가 틀렸어, 한 마디

    닉과 엘리자베스는 다시 만납니다. 그리고 페어런트트랩은 그 재결합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도, 그게 가능하다고 믿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영화 후반부, 런던 공항에서 엘리자베스가 막 비행기를 타러 가다가 닉을 만나는 장면. 저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숨이 막힙니다. 두 사람이 11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서 있는데, 그 거리가 물리적으로 느껴집니다. 엘리자베스는 이미 상처를 받은 사람입니다. 쉽게 무너지면 안 된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잠깐 망설이고, 그 망설임이 진짜입니다.
    이 장면이 감동적인 이유는 재결합 자체보다도, 그 직전에 닉이 하는 말 때문입니다. 그는 잘못을 인정합니다. 변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내가 틀렸어’라고 합니다. 요즘 기준으로 봐도 그 한 마디가 얼마나 어려운 말인지 압니다. 낸시 마이어스는 동화를 만들면서도, 그 동화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 앉는 마지막 장면. 그냥 테이블 하나, 네 사람, 별거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건지. 아마도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서 그 테이블을 원하기 때문이겠지요. 한 번 흩어진 것들이 다시 모일 수 있다는 믿음. 페어런트트랩은 그걸 1시간 48분 동안 설득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성공합니다.

    1998년에 나온 이 영화가 지금도 유튜브에서 수천만 뷰를 기록하고, 새로운 세대가 계속해서 발견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좋은 이야기는 시대를 타지 않는다는 가장 단순한 증명입니다.

    페어런트트랩을 어른이 되어서 다시 보면,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른 장면에서 멈추게 됩니다. 어릴 때는 쌍둥이의 작전이 신났고, 어른이 되어서는 닉과 엘리자베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11년을 따로 살면서도 서로를 완전히 놓지 못한 두 사람. 그 감정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나이가 들수록 더 잘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번 보는 영화가 아닙니다. 볼 때마다 조금씩 다른 영화가 됩니다. 열 살에 보면 모험 영화고, 스무 살에 보면 로맨스 영화고, 서른이 넘어 보면 그냥 울게 됩니다.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지금 당장 보셔도 늦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일 수도 있어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Vs3TkAd9H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