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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나오면서 친구한테 제일 먼저 한 말이 "야쿠르트 아줌마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냐"였습니다. 진지하게요. 슈퍼히어로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셨을 거예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장르 영화가 나오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요. <하이파이브>는 그 질문에 나름의 답을 내놓은 영화였습니다. 거창한 떡밥이나 세계관 확장 같은 건 없지만, 보고 나니까 묘하게 계속 생각나는 구석이 있더라고요. 오늘은 그 이유를 좀 풀어보려고 합니다.

     

    출처: 나무위키

     

    우연 - 장기 기증으로 시작된 능력

    설정 자체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죽은 어떤 사람의 장기가 심장, 폐, 신장, 간, 각막 이렇게 다섯 명에게 나눠 이식되는데, 받은 사람들이 하나씩 초능력을 갖게 됩니다. 태권도장 딸인 완서는 힘이 어마어마하게 세지고, 작가 지망생 지성은 숨을 무한정 참을 수 있게 되고, 후레쉬 매니저 선녀, 작업반장 약선, 백수 기동까지 각자 전혀 다른 능력을 얻습니다. 근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 능력들이 절대 화려하지 않다는 거예요. 영화에서 흔히 보던 레이저 쏘고 하늘 나는 그런 능력이 아니라, 생활에 묘하게 도움 되는 수준의 능력들이거든요. 그리고 하필 췌장을 받은 사람이 사이비 종교 교주라는 게 함정입니다. 이 사람만 다른 이들의 능력을 흡수해서 절대자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으면서 갈등이 시작되는 구조예요. 설정만 들으면 유치해 보이는데, 의외로 입체적이고 재밌었습니다.

     

    톤 - 비장함을 의도적으로 걷어낸 연출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감독이 일부러 무게를 빼려고 무던히 애썼다는 거였어요. 보통 초능력자들이 모이면 운명이니 사명이니 하면서 진지해지기 마련인데, 여기 나오는 다섯 명은 처음 만나서 자기들끼리 히어로 이름 정한다고 티격태격합니다. 그 와중에 누구는 치킨 먼저 집어 먹으려 다투고, 누구는 군사정권이냐고 디스하고요. 이런 디테일들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합니다. 능력은 비범한데 사람들은 평범하다 못해 좀 어설프다는 그 간극이 이 영화의 핵심 재미였어요. 신파로 빠질 법한 장면에서도 끝까지 가볍게 끌고 가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진지한 히어로물을 기대하고 가시면 오히려 김 빠질 수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좋았는데, 진지한 히어로물을 기대한 분들은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격 - 영화를 살린 야쿠르트 카트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야쿠르트 카트 추격 신을 고르겠습니다. 상황 자체가 너무 우습거든요. 조그만 전동카트랑 악당들 차량이 진지하게 쫓고 쫓기는데, 이게 웃기면서도 묘하게 긴장감이 있습니다. 사소한 소재를 가지고 이만큼 속도감 있게 풀어낸 연출력이 놀라웠어요. 후반부 빌런과의 결전 신도 액션 디자인이 꽤 야심 찼습니다. CG 완성도가 할리우드급은 아니라서 아쉽다는 의견도 있긴 한데, 저는 이 영화가 추구하는 톤 자체가 사실적인 액션보다는 과장되고 만화적인 쪽이라서 큰 거슬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어설픔이 캐릭터들의 매력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었어요.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엄청난 반전이나 묵직한 메시지를 기대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냥 가볍게 웃고 나올 수 있는 오락 영화예요. 다섯 명의 캐릭터가 각자 사연을 가지고 있고, 그게 능력과 자연스럽게 얽히는 구성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강형철 감독 특유의 합심하는 이야기 결이 살아 있어서, 이전 작품들을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더 반갑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담 없이 볼 영화 찾으신다면 추천할 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Gl2wI2_S-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