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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리뷰|세종은 가장 높고도 외로운 사람이었다 한석규는 전생에 세종이었나 싶었습니다. 2011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세종을 연기했으니 익숙하게 느껴지는 게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도 한석규 캐스팅이 찰떡이다 싶을 정도로 이질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두 세종은 같은 얼굴을 하고도 조금 달랐습니다. 위대한 왕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갔는데, 영화가 보여준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정작 자신이 원하는 사람 하나 마음대로 곁에 둘 수 없었던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왕의 욕설이 서럽게 들린 이유영화에서 가장 강하게 남은 장면은 세종이 대신들과 맞서며 분노를 터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야, 이 개새끼야.. 2026. 7. 24.
영화 <리얼 페인> 리뷰|나는 벤지가 싫었다. 그래서 더 오래 생각났다 제가 첫 직장 수습 때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서 항상 머릿속에 일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주일 정도를 준비했던 보고자료가 있었는데 팀장님한테 형편없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 이브날에요. 일주일 내내 머리싸매고 준비했었는데... 팀장님한테도 너무 서운했고 마음이 착잡하고 우울한 기분이 풀리지가 않았습니다. 그때 같이 살던 친구는 그걸 알 리가 없었고, 퇴근길에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 들고 집에 왔습니다. 파티 준비를 하자는 친구한테 저는 막 쏘아붙였습니다. “지금 그거 할 때야?” 싸움이 됐습니다. 친구는 많이 서운해했고, 저는 그 와중에도 제 얘기만 계속했습니다. 분이 풀리지 않아서요. 나중에 화해는 했지만 뭔가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이 한동안 남았습니다... 2026. 7. 23.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뷰|하루만 온다 해도 만날 겁니다 제 강아지 초코가 떠난 지 1년쯤 됐습니다. 요즘도 가끔 생각합니다. 초코가 딱 하루만 돌아온다면 뭘 할까. 이상하게 특별한 건 하나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같이 걷던 산책길에 다시 가고, 늘 누워 있던 자리에 같이 누워서 장난치고, 좋아서 환장하던 쥐포를 주고. 그게 전부입니다. 근사한 곳에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든 적이 없습니다. 혼자 이 영화를 보다가 그 생각을 다시 하게 됐습니다. 돌아온 수아와 우진, 지호가 보낸 시간도 결국 그런 하루들이었으니까요.※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돌아온 사람과 보내는 평범한 하루아내 수아를 먼저 떠나보낸 우진은 어린 아들 지호와 둘이 살아갑니다. 수아는 세상을 떠나기 전 지호에게 1년 뒤 장마가 시작되면.. 2026. 7. 22.
영화 <버닝> 리뷰|나는 분명히 거기 있었는데 동네 목련상가 옆 골목 구석에 떡볶이 포장마차가 있었습니다. 들어가면 두루마리 휴지가 기둥에 매달려 있었고, 양옆에는 빨간 플라스틱 의자가 있었습니다. 저는 앉지 않고 늘 가운데 서서 먹었습니다. 국민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꼭 들러서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야채튀김 하나를 같이 시켜서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그 기억이 흔들렸습니다. 엄마랑 집에서 떡볶이를 해 먹다가 그 포장마차 얘기를 꺼냈더니 엄마가 그런 가게가 어딨었냐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목련상가 옆에는 야채가게랑 찐 옥수수 파는 아주머니만 있었다고요. 저보고 헷갈린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저는 매일 들렀던 곳인데요. 서서 먹던 자리까지 기억하는데요. 확인할 사진 한 장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 2026. 7. 21.
영화 <미키17> 리뷰|내 자리는 대체돼도 나는 대체 안 된다 유튜브 쇼츠에서 이런 내용의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회사는 네가 없어도 잘 굴러간다. 다른 사람을 뽑아서 그 자리에 앉히면 되니까.” 몇 초 짜리 짧은 영상이었는데 보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내 자리, 대체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회사는 내가 없어도 별문제 없이 돌아가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계속 곱씹다보니 회사가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 내가 그곳에서 아무 의미 없는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리는 다른 사람이 채울 수 있어도, 그 자리에 앉아 보낸 시간까지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요. 극장에서 봤던 이 그때 다시 떠올랐습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다시 뽑으면 그만인 세계익스펜더블은.. 2026. 7. 20.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리뷰|개봉한 줄도 몰랐던 영화가 이렇게 예쁠 일인가 이 영화, 저는 개봉한 줄도 몰랐습니다. 뭘 볼까 찾다가 제목이 특이해서 멈췄고, 별 기대 없이 혼자 틀었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이상했습니다. 이렇게 예쁜 영화가 어떻게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지, 하는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찾아보니 사연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는 개봉 전에 이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 수정곰상, 이 상은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직접 뽑는 상입니다. 어른들의 평론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통과한 영화라는 뜻이죠. 그런데 국내 관객 수는 12만 명이 채 안 됩니다. 저처럼 개봉 소식조차 모르고 지나간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늦게라도 발견해서 다행이었어요.※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술단 연.. 2026. 7. 19.
영화 <굿 포츈> 리뷰|다음 달 카드값 걱정하면서도 확실히 호였던 이유 누군가 지금 제 삶을 백만장자의 삶과 바꿔주겠다고 하면 저는 거절할 자신이 없습니다. 돈이 전부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너무 많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굿 포츈 포스터를 보고 그냥 바로 틀었습니다. 맥주 한 캔을 옆에 두고 가볍게 웃다가 잘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다 보고 나서는 웃음기가 빠진 채로 제 삶을 한 바퀴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뻔한 이야기라고 할 거고, 누군가는 저처럼 한동안 여운에 잠겨 있을 겁니다. 저는 확실하게 호 쪽이었습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초짜 천사가 저지른 오지랖이야기의 출발은 단순합니다. 운전 중 휴대폰 사고나 막는 게 주 업무인 하급 천사 가브.. 2026. 7. 18.
영화 <카운트> 리뷰|박시헌 선수가 35년 만에 금메달을 돌려준 이유 2023년, 박시헌 선수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받은 금메달을 들고 미국 플로리다로 향했습니다. 결승전 상대였던 로이 존스 주니어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35년 동안 보관해온 금메달을 직접 건넸고, 원래 당신이 받았어야 했던 메달이라는 말도 전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로이 존스 주니어는 얼굴을 감싸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촬영된 지 2년이 지난 2025년 9월에 공개됐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영화 를 보고 나서 알았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작품이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도, 박시헌이라는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재밌다면서 꼭 보라고 해서 가족들과 함께 틀었습니다. 별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보던 중 아빠가 갑자기 말했습니다. “어! 이거 88.. 2026. 7. 17.
영화 <장르만 로맨스> 리뷰|웃긴데 왜 자꾸 마음이 쓰일까 큰 기대 없이 튼 영화가 제일 위험합니다. 마음에 방어막이 없으니까요. 저한테는 가 그런 영화였습니다. 제목부터 대놓고 코미디라고 말하는 영화라 웃을 준비만 하고 앉았는데, 두 시간 뒤에는 얼굴에서 웃음기가 빠져 있었습니다. 저는 분명 웃으려고 튼 영화였거든요.※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목이 미리 쳐 둔 농담이 영화에는 제대로 된 로맨스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7년째 글을 못 쓰는 작가 김현이 있고, 그의 전처가 있고, 그 전처 미애와 몰래 연애 중인 절친 순모가 있습니다. 여기에 김현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제자와, 옆집 여자를 짝사랑하는 고등학생 아들까지 얽힙니다. 전부 어딘가 방향이 어긋난 마음들이지요. 그런데 이 어긋남들이 웃기긴 한데 보.. 2026. 7. 16.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 리뷰|슬픈 얼굴을 한 어바웃타임 포스터 속 레이첼 맥아담스의 얼굴을 보고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제 최애 영화 의 메리가 나오는 또 다른 시간여행 로맨스라니. 혹시 두 영화가 어디선가 연결되는 건 아닐까 하는 기대도 살짝 있었습니다. 은 제가 싸운 날 밤마다 꺼내 보는 비상약 같은 영화라서, 같은 배우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영화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보는 내내 어딘가 겹쳐 보였습니다. 마치 같은 이야기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나눠 가진 것처럼요.※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같은 배우, 완전히 다른 온도헨리는 유전자 이상으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 속을 튕겨 다니는 남자입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고,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2026. 7. 15.
영화 <탈주> 리뷰|친구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 말 자신의 삶을 선택하기 위해 탈출을 결심한 북한군 병사의 이야기. 영화 리뷰입니다.※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친구와 이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잊혀지지 않는 말을 들었습니다. 규남이 군생활 10년을 채우고도 제대 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 말년에 복무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된다는 상상만 해도 숨이 콱 막히는 것 같다고요. 그러고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게 얼마나 천만다행이냐며 진짜로 가슴을 여러 번 쭉쭉- 쓸어내렸습니다. 저는 그 과장된 손동작이 뭔가 웃겼습니다. 군대 얘기만 나오면 십 년 전 제대한 사람들도 어제 일처럼 진저리를 치는 게 우리나라 남자들이니까요. 그런데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웃음기가 조금 가셔졌습니다. 화면 속에서 .. 2026. 7. 14.
영화 <어바웃 타임> 리뷰|싸운 날 밤마다 꺼내 보는 영화 저는 조금 이상한 습관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크게 다툰 날 밤이면 이 영화를 틀어놓습니다. 화가 잔뜩 난 상태 그대로 재생 버튼을 누릅니다. 처음부터 그러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은 밤, 아무 영화나 틀어놓고 잠들 생각이었는데 하필 고른 게 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잠드는 데 실패했습니다. 대신 두 시간 내내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이상할 만큼 개운해진 마음으로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 뒤로 은 저의 비상약이 됐습니다. 효과는 매번 비슷합니다.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화가 증발해 있습니다. 리얼로요. 은 시간여행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사랑 영화로 기억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저한테는 가족 영화고, 시간에 관한 영화고, 무엇보다 화를 다루는 .. 2026.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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