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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4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천장을 울린다면 어떨까요.

    저는 예전에 반지하에 살 때 밤마다 들려오던 쿵쿵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 적이 있습니다. 더 힘들었던 건 소리 자체보다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다는 답답함이었어요. 위층인지, 옆집인지, 아니면 벽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으니 따지러 갈 수도 없었습니다. 괜히 이웃과 얼굴만 붉히게 될까 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백수 아파트〉를 보면서 첫 장면부터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됐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역시 매일 새벽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저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는 참고 지나갔지만, 그는 직접 소리의 정체를 찾아 나섰다는 것입니다.

     

    출처: 나무위키

     

    공감 — 나도 그 소리를 기억한다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조폭도 아니고 경찰도 아닙니다. 영화가 내놓은 답은 바로 동네 오지라퍼입니다.

    처음에는 피식 웃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그 말이 점점 이해되더군요.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도 꼭 한 사람쯤은 있습니다. 동네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알고, 가장 먼저 달려가고, 결국 해결까지 해내는 사람 말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도 그런 인물입니다. 월세로 사는 세입자이지만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층간소음을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입니다.

    저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 예전처럼 "괜히 나섰다가 나만 피곤해질 거야."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반지하에 살던 시절에도 저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때는 참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참는 사람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는 사람 덕분에 조금씩 바뀌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누군가는 오지랖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오지랖 덕분에 해결되는 일도 분명 있다는 걸 영화는 유쾌하게 보여줍니다.

     

    오지랖 —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

    영화는 층간소음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코미디와 미스터리를 섞어 풀어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소리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감이 점점 커집니다. 범인을 찾기 위한 계획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아파트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상황까지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꽤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히 정의감이 넘치는 사람이라기보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웃었던 장면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뉴스에서는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 간 갈등이 커지고, 안타까운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소식을 종종 접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수 있는 문제지만 막상 내 일이 되면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층간소음이라는 소재를 빌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그리고 무관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요.

     

    침묵 — 층간소음보다 더 무서운 것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건 범인이 누구였는지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나는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아마 또 참았을 겁니다. 괜히 예민한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하고,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렸겠죠.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꼭 크게 싸우거나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관리사무소에 이야기하거나 서로 대화를 시도해 보는 정도의 작은 용기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공간인 만큼 문제도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영화가 자연스럽게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 꽤 웃었습니다. 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는 웃음보다 생각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층간소음보다 더 무서운 건 어쩌면 서로 모른 척하는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먼저 귀를 기울이고, 먼저 손을 내밀 때 비로소 같은 공간이 '사는 곳'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들려줬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늘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tlNEkQJ7G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