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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다시 만난 것 같았던 순간
저는 평소에 영화를 보러 가면 늘 팝콘과 콜라를 양쪽에 끼고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빈손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뭔가를 먹으면서 가볍게 즐기러 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었거든요.
극장 불이 꺼지고 'Wanna Be Startin' Somethin''의 인트로가 흘러나오는 순간, 그 기분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스크린 속에서 그 익숙한 실루엣이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진짜로 그가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이 영화에 대한 평이 엇갈린다는 건 보러 가기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스토리가 너무 안전하다느니, 깊이가 없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요. 근데 막상 자리에 앉아서 보니까 그런 평가들이 큰 의미가 없게 느껴졌어요. 저를 포함해서 극장에 앉아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완벽한 전기 영화를 기대하고 온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마이클이 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게 다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마이클 잭슨 같은 사람의 인생을 두 시간짜리 영화 안에 모두 담는 건 애초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구상 최고의 음악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이니까요. 어린 시절부터 잭슨 5 시절, 솔로 데뷔, 슈퍼스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실 벅찬 작업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스토리텔링의 완성도보다는, 그 시간 동안 마이클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음악: 노래 하나로 다 채워진 시간
사실 스토리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었습니다. 인물들의 서사가 좀 더 깊이 다뤄졌으면 좋았을 텐데, 중요한 순간들을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게 크게 거슬리지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노래가 나오는 순간마다 그런 아쉬움이 다 잊혀졌거든요.
Billie Jean의 전주가 깔리고, Thriller의 그 유명한 안무가 스크린 가득 펼쳐질 때는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분들도 저랑 비슷한 표정이었던 것 같아요.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박자에 맞춰 몸을 살짝씩 흔들고 있더라고요. 이런 순간들을 위해서 다들 극장에 온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마이클 역을 맡은 배우 자파 잭슨 이야기인데요. 사실 처음에는 과연 누가 마이클을 제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까 걸음걸이, 손짓 하나하나까지 정말 디테일하게 따라 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노래도 직접 불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단순히 흉내가 아니라 그 시절 마이클의 에너지를 무대 위에서 다시 살려낸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만으로도 이 영화는 제 값을 했다고 생각해요. 스토리가 좀 아쉽다고 해도, 노래 듣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영화였습니다. 두 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끝났을 때 벌써 끝났나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흘러갔어요. 이런 경험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눈물: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던 두 시간
사실 저는 평소에도 Heal the World만 들으면 이상하게 눈물이 핑 도는 사람입니다. 그 노래가 가진 분위기 자체가 그런 건지, 아니면 마이클이 그 노래에 담았던 마음이 느껴져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는 아쉽게도 그 곡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영화가 1980년대 후반, 그러니까 Bad 투어 즈음에서 끝나기 때문에 1991년에 나온 이 곡은 시간상 들어갈 수가 없었던 거죠.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오히려 그 곡 없이도 영화 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게 더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I'll Be There가 흘러나오는 장면에서부터 이미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어린 잭슨 5 멤버들이 함께 부르는 그 장면은, 노래 실력을 떠나서 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익숙한 멜로디가 나올 때마다 자꾸 울컥하는 순간들이 반복됐어요.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그리움과 행복함이 동시에 밀려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는 완벽한 전기 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잠시나마 마이클이 돌아온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가장 가까운 경험이었다고요. 그리고 그걸 바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사실이, 이 영화가 흥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너무 좋았던 두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