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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의 앨범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저보다 어렸을 때의 얼굴도 너무 신기했고 할머니가 젊었을 때의 얼굴도 좋았습니다. 그 앨범에는 할머니의 할머니 사진도 있었습니다. 고조할머니. 돌아가셨지만 사진은 남아있었죠.


    저는 영화 <코코>를 보면서 그때 보던 사진들이 생각났습니다. 사람은 죽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않을 때 정말 사라지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즈니 픽사 영화 코코
    영화 <코코> 포스터

     

    코코 줄거리|음악을 금지한 가족

    <코코>는 멕시코의 전통 명절인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한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입니다. 음악가를 꿈꾸는 소년 미구엘이 죽은 자의 세계에서 가족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미구엘은 전설적인 가수 델라 크루즈를 동경하며 자신도 언젠가 그런 뮤지션이 되기를 꿈꿉니다. 그런데 정작 자기 가족은 음악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과거 고조 할아버지가 음악을 좇아 집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믿었기 때문인데요, 그 상처 때문에 온 가족이 신발 만드는 일을 이어오며 음악과는 담을 쌓고 살아왔습니다.


    죽은 자의 날 밤에, 가족과 크게 다툰 미구엘은 델라 크루즈의 영묘에서 기타를 가져와 연주하게 되고, 그 순간 죽은 자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살아 돌아오기 위해서는 해가 뜨기 전에 가족의 축복을 받아야 하지만, 고조할머니 이멜다는 다시는 음악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겁니다.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미구엘은 그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죽은 자의 세계를 떠돌기 시작합니다.

     

    죽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잊히는 것

    영화 <코코>를 보다 저는 헥토르의 친구 치차론이 사라지는 장면에서 리얼로 소름이 돋았습니다. 치차론은 산 자의 세계에서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완전히 없어지는 순간, 몸이 서서히 흐려지다가 그대로 소멸해 버립니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게 잊혀지는 거구나… 한때 분명히 누군가와 웃고 떠들고 사랑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단 한 명도 남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지워진다는 거잖아요.


    저는 이게 남 얘기 같지 않은게, 어릴 때 할머니가 앨범을 보면서 "이분은 누구고 저분은 누구고." 하며 다 설명해주셨던 분들이 지금 다시보면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거든요…그러면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건 단순히 감상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를 이 세상에 계속 붙잡아두는 일이라는 거죠.

     

    영화 <코코>가 제게 ‘기억’이란 단어의 무게를 알려줬습니다.

    기억은 이름 하나를 외우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음식을 좋아했는지, 목소리와 말투는 어땟는지, 가족끼리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꺼내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도 모두 기억이니까요. 그렇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계속 나누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오래 살아 있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해 줘'가 슬프고 아름다운 이유

    노래 제목에도 ‘기억’이 들어가네요. 저는 처음에 '기억해 줘(Remember Me)'가 그냥 유명 가수가 팬들에게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고 부르는 노래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알고보니 헥토르가 어린 딸 코코를 재우면서 불러주던 자장가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같은 멜로디가 완전히 다르게 들렸습니다. 유명세를 위한 노래가 아니라, 딸 하나를 위해 만든 아주 사적인 노래였던 거죠.


    생각해 보면 같은 노래도 누가 누구에게 부르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델라 크루즈가 부를 때는 세상에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노래처럼 들리지만, 헥토르가 코코에게 불러줄 때는 딸을 향한 사랑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미구엘이 코코에게 다시 불러주는 순간에는 끊어질 뻔했던 가족의 기억을 이어주는 노래가 됩니다.


    이 노래 한 곡이 세상에서 사라질 뻔한 사람을 다시 가족에게 돌려놓습니다. 코코는 아버지와의 기억을 떠올리고, 오래 간직해 왔던 사진과 편지를 가족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덕분에 헥토르는 다시 가족의 일원이 되고, 세상에도 자신의 이름을 되찾게 됩니다.


    미구엘의 가족은 음악 때문에 헥토르를 잃었다고 믿으며 평생 음악을 미워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밝혀진 진실은, 가족이 미워했던 게 음악 자체가 아니라 버림받았다는 상처였다는 것이었고, 결국 그 상처를 다시 이어붙인 건 음악이었습니다.

     

    <코코>를 보고 나니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건 단순히 이름을 잊지 않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표정으로 웃었는지, 뭘 좋아했는지, 함께했던 시간들을 계속 꺼내 이야기하는 것. 그게 남겨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사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화려한 모험과 아름다운 음악도 좋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가 결국 가족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방식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함께 볼 가족 영화를 찾는 분은 물론, 오래전 먼저 떠난 가족이 문득 그리운 분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디즈니 · 픽사

    ※ 참고 자료 : 영화 <코코> 리뷰 (YouTube 쭌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