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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무엇을 가장 먼저 볼까요.
많은 사람들이 성격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얼굴을 먼저 봅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를 보는 내내 마음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정말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어떤걸까.'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줄거리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종필 감독의 신작입니다.
백화점 주차 요원으로 일하는 경록이 '공룡'이라는 잔인한 별명으로 불리는 직원 미정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파반느’를 찾아보니 원래는 유럽 궁정에서 추던 느린 춤곡이라고 하더라고요. 화려한 스텝은 하나도 없고 그냥 천천히, 격식 있게 걷는 게 전부인 춤. 제목 뜻을 찾아보고 나서 영화를 다시 떠올려보니까 묘하게 겹쳐졌습니다.
외모 때문에 늘 놀림받고 사람들 사이에서 겉돌던 미정에게 경록은 조금씩 다가가고, 그 곁을 채워주는 인물이 백화점 주차장의 괴짜 직원 요한입니다.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원작이고, 문상민, 고아성, 변요한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언뜻 보면 청춘 남녀의 썸과 사랑을 그린 잔잔한 로맨스처럼 보입니다.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저는 처음에는 이 영화를 그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영화가 진짜 말하려던 건 외모가 아니었습니다.
미정은 못생긴 사람이 아니라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영화 속에서 미정은 아무리 교양을 쌓고 노력을 해도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봐지지 않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런 사람에게 경록이 건네는 건 잘생긴 외모나 다정한 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는 시선입니다. 꾸미지 않아도 되는 관계, 나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상대. 영화는 그 감정을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보여줍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신뢰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왜냐면 저는 사랑이라는 게 결국은 상대가 나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의 문제인 것 같거든요. 미정이 처음에 경록의 호의조차 믿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미정이 예민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그런 믿음을 가질 기회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사랑이 외모를 이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신뢰가 편견을 이기는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
고아성과 변요한의 연기가 영화를 완성했다
문상민은 초반의 무감정한 인물에서 미정을 만나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담백하게 표현했습니다. 화려한 연기라기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의 가장 큰 공을 고아성 배우에게 주고 싶습니다.
미정이라는 캐릭터는 설정상 못생기고 사회성 없는 인물인데, 누가 봐도 고아성 배우가 그런 느낌은 아니자나요. 그런데도 저는 보는 내내 완전히 설득당했습니다.
자신감 없는 눈빛, 위축된 말투, 어딘가 쪼그라든 듯한 태도,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로 관객을 납득시켰습니다. 얼굴이 멀쩡해도 자신감이 없으면 사람이 못나 보이고, 반대로 자신감만 있어도 매력이 된다는 걸 고아성 배우가 온몸으로 보여줬습니다.
이 정도 설득력이면 정말 큰일 하신 겁니다.
변요한은 따로 언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배우가 등장할 때마다 영화가 확실히 살아났습니다.
괴짜 같으면서도 내면에 아픔을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를 정말 찰떡같이 소화했는데, 변요한이 등장할 때마다 공기가 확 바뀌었고, 그의 대사에는 영화가 하고 싶은 말도 다 들어 있었습니다.
이 인물이 없었다면 남녀 주인공 둘만으로는 영화가 자칫 무겁고 루즈해질 뻔했습니다.
사랑은 결국 누군가의 빛이 되는 일
근데 이 영화는 말이죠. 후반부로 갈수록 아쉬움이 살짝 남습니다. 초중반의 섬세한 감정선 빌드업에 비해 후반부는 밀도가 확 낮아지면서 조금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원작이 워낙 방대하니까 이 정도의 밀도 차이는 어쩔 수 없었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영화를 본 뒤 원작 소설의 결말까지 찾아봤습니다. 영화는 원작의 철학을 모두 담기보다는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에 조금 더 집중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니 소설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결말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적지는 않겠지만, 영화가 청춘 로맨스에 방점을 찍었다면 소설은 인간의 존엄과 사랑 자체에 대해 훨씬 묵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왜 제목이 파반느인지 알 것 같습니다. 급하게 뭘 보여주려 하지도 않고 그냥 천천히 쭉- 걸어갑니다. 잔잔히 끝까지 전개되는 격식을 잃지 않는 사랑이었어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결국 사랑을 받은 사람만이 자기 자신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파반느>는 외모를 이야기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누군가의 빛이 되어 준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큰 사건도 없고 자극적인 전개도 없습니다. 대신 오래 남는 문장과 오래 남는 눈빛이 있습니다.
뭔가 격정적인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어 이대로 끝나?’ 싶었는데 며칠 지나니까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특히 '나는 사람을 얼마나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은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