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이렇게까지 웃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코미디 영화니까 가볍게 웃고 즐기다 오자는 생각, 그리고 기대도 살짝 했지만, 이정도로 웃길 줄이야!
영화 <와일드 씽>은 개봉 전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러브 이즈'랑 '네가 좋아' 뮤직비디오가 먼저 풀렸는데, 이걸 보고 기대치가 확 올라갔습니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 이 배우들을 떠올리면 솔직히 댄스나 가요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조합이잖아요. 극장 가서 꼭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 하나로 예매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예고편은 본편 재미의 1%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극장을 나온 뒤에도 며칠 동안 "네가 좋아~"라는 후렴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변신: 예상 밖의 파격
영화는 2000년대 초 인기를 누렸던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이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해체된 뒤, 각자의 삶을 살던 멤버들이 재결합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조신한 재벌가 며느리로 살아가는 변도미, 솔로 활동에 실패한 뒤 보험 설계사로 버티는 구상구, 생계형 방송인이 되어버린 황현우. 이 셋이 다시 뭉치는 과정 자체가 관전 포인트인데,무엇보다 배우들의 변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동원은 대역 없이 헤드스핀까지 직접 소화했고, 엄태구는 5개월 동안 매일 연습실 출퇴근하며 랩을 익혔다고 하니, 화면에서 느껴지는 그 어색함 없는 텐션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평소 이미지랑 너무 달라서 오히려 몰입이 잘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캐릭터의 컨셉이 90년대 감성과 2000년대 감성 사이를 오가는 느낌이라 시대적 분위기가 조금 애매했습니다. 이야기 역시 한 방향으로 시원하게 달려가기보다는 이것저것 보여주려는 욕심이 느껴졌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 같이 본 관객들, 특히 제 뒷줄에 앉은 관객분들이 유머 장면마다 진짜 신나게 깔깔 웃으시더라고요. 저도 덩달아 분위기에 휩쓸려서 더 재밌게 봤습니다. 극장에서 이렇게 다 같이 웃어본 적이 거의 없는데, 그날은 정말 모든 관객이 같이 웃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날 만나는 관객 분위기가 영화 인상을 얼마나 좌우하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변수: 오정세라는 반전
이 영화의 진짜 히든카드, 주인공은 따로 있었습니다. 39주 연속 2위만 했던 비운의 발라드 가수 최성곤을 연기한 오정세입니다. 처음에는 '오정세니까 당연히 웃기겠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되어 있었습니다 여심을 사냥하던 발라드 왕자에서 멧돼지를 쫓는 사냥꾼이 된 설정부터 이미 웃긴데, 최성곤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텐션이 확 살아났습니다. 방송국 PD와 작가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그리고 사냥터에서 멧돼지와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크게 웃어 버렸습니다. 옆자리 신경 쓰일 정도로 웃었네요.오정세 특유의 뻔뻔하고 기세 있게 밀어붙이는 리듬감이 있어서, 이 캐릭터 나올 때마다 스크린에 눈이 갔습니다. 오랜만에 강동원 보려고 갔었는데 오히려 오정세에게 반하고 나왔네요.
반대로 트라이앵글 세 멤버의 코미디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웃긴 장면은 분명 있었지만, 리듬감 있게 치고 빠지는 맛이 부족했습니다. 조금만 더 과감하게 밀어붙였더라면 훨씬 큰 웃음을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완주: 재료는 좋았고, 웃음은 확실했다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음악과 추억만큼은 확실하게 챙겨주는 작품입니다. 2000년대 아이돌 문화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운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고, 결말도 예상 가능한 방향이지만 따뜻하게 마무리됩니다. 영화 속에서 들었던 '네가 좋아'는 실제 음원으로도 발매됐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계속 흥얼거리는지 영화를 보고 나니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저 역시 극장을 나온 뒤 며칠 동안 후렴구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서 회사일 하면서도 흥얼거렸거든요.
물론 아쉬움도 분명 있습니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호흡이 조금 길어서 웃음이 이어지기 전에 흐름이 끊기는 순간들도 있었고, 좋은 재료를 다 살리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은 있었습니다. 완성도만 놓고 보면 조금 더 다듬어질 여지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꽤 즐겁게 봤습니다.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탄탄한 이야기보다 순간순간 터지는 웃음과 배우들의 예상 밖 변신에 있습니다. 특히 오정세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도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오정세라는 변수 하나로 완주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예고편만 보고 이 영화를 판단하면 손해입니다. 예고편은 이 영화가 가진 엉뚱한 매력과 웃음을 아주 살짝만 보여줄 뿐입니다. 오히려 아무 정보 없이 가볍게 봤을 때 더 크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집에서 혼자 보는 것보다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극장에서 볼 때 진가가 살아나는 영화였습니다. 상영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웃음소리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공연을 본 기분이었거든요. 완벽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크게 웃고 나올 수 있었던 영화였다는 점만큼은 분명했습니다. 아직 보기 전이라면 친구들 가족들과 여러명이 모여서 같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_XEZxqvusXM
https://www.youtube.com/watch?v=of4oifM4Q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