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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나무위키

     

    몰입감: 눈이 감기는 속도

    평소에 저는 영화 예매를 해놓고도 꼭 상영 10분 전에야 자리에 앉는 편입니다. 팝콘 사 오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딱 맞춰 들어가는 게 습관이 됐거든요. 그런데 이번 <눈동자>는 달랐습니다. 이상하게도 예매를 해놓고 그날은 30분이나 먼저 극장에 도착해 있었어요. 포스터 속 신민아 배우의 눈빛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영이 시작되자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시력을 잃어가는 언니가 진범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정 위에 서 있는데, 관객인 저까지 시야가 흐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듭니다. 어두운 장면이 이어질수록 화면이 점점 불편하게 다가오고, 실제로 제 눈까지 피로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력이 나쁜 편도 아닌데 미간을 계속 찌푸리게 되더군요. 극장에 앉아 있는 내내 ‘나도 지금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따라붙었고,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미 영화는 관객을 완전히 안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었습니다. 결국 팝콘을 먹는 것도 잊은 채,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반전: 신민아의 새로운 얼굴

    신민아 배우 하면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예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인상도 그 틀이 꽤 오래 남아 있었죠. 그런데 <눈동자>에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시력을 잃어가는 공포, 동생을 잃었다는 상실감, 그리고 진실을 향한 집착까지 한 인물 안에 모두 담아내야 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여기에 쌍둥이 자매 1인 2역이라는 설정까지 더해지면서, 감정의 결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을 오가야 하는 연기였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서진이 동생의 차 안에서 내비게이션 기록을 확인하던 순간이었습니다. 대사가 거의 없는데도 눈빛과 손끝의 떨림만으로 감정이 전부 전달됐습니다. 그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보게 되더군요. 극장을 나오면서 옆자리 관객분이 "신민아 이런 연기도 하네" 하고 혼잣말하시는 걸 들었는데, 그 말이 딱 맞았습니다. 익숙한 얼굴인데 낯선 연기였습니다.

     

    리메이크: 모르고 봐서 더 재밌었던 지점

    사실 저는 영화를 볼 때까지만 해도 <눈동자>가 리메이크작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냥 신작 한국 스릴러인 줄 알고 아무 정보 없이 보러 갔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2011년에 나온 스페인 영화가 베이스였더라고요. 꽤 평이 좋았던 스릴러였다는 걸 알고 나니 괜히 궁금해져서 그 영화 정보를 좀 더 찾아봤습니다. 오히려 그 사실을 몰랐던 덕분에 범인이 누구일지 끝까지 열린 마음으로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스페인판과는 꽤 다른 방향으로 튀는 선택을 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그 내용을 몰랐던 상태로 봐서인지 그 선택이 크게 어색하게 느껴지진 않았는데, 나중에 원작을 본 지인 얘기를 들어보니 반응이 갈릴 만한 지점이라는 데 공감이 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까지 가는구나" 싶어서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만큼 임팩트는 확실했어요. 오리지널 버전을 아는 분이라면 어디서 다르게 가는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저처럼 모르고 본 분이라면 순수하게 스릴러로서 몰입하며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심: 지금 본 게 진짜일까

    <눈동자>는 제목처럼 ‘시선’ 자체를 계속 흔드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지 맞히는 영화가 아니라, '방금 내가 본 장면이 진짜 맞나'를 계속 의심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나한테 주인공의 시야가 흐려질수록 관객인 저도 함께 초점이 어긋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장면을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놓치고 있는 건지 계속 의심하게 되더군요. 특히 스토킹범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확 올라왔습니다. “다시 와, 내가 다 용서해 줄게" 이런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때는 정말 화가 나서 혼자 씩씩거렸어요. 옆에 같이 간 친구는 범인을 예상했다고 했는데, 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을 의심하고 있었어서 영화가 끝난 뒤 카페에서 한참 동안 서로 추리를 주고받다가, 결국 둘 다 틀렸다는 걸 알고 어이없게 웃게 됐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네이버 평점을 찾아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후하게 매겨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템포가 늘어지는 구간 없이 비교적 일정하게 흘러가서, 요즘 나온 한국 스릴러 영화들 중에서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인데, 사실 '눈동자'라는 제목보다는 이 영화의 내용을 좀 더 잘 담아낼 수 있는 다른 제목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실명 직전까지 진실을 쫓는 서진의 선택이 결국 무엇을 지켜냈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CEfoD3zW7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