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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화 & 애니메이션

영화 <인턴> 리뷰|70대에 새 직장을 구한 우리 엄마 이야기

by 그린팝콘 2026. 6. 17.
📖 목차

영화 인턴 포스터
▲ 영화 <인턴> 공식 포스터

70대 시니어 인턴과 젊은 CEO의 만남을 그린 영화 <인턴> 리뷰입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영화 <인턴> 기본 정보와 줄거리

기본 정보

  • 개봉: 2015. 09. 24.
  • 장르: 코미디, 드라마
  • 감독·각본: 낸시 마이어스
  • 출연: 로버트 드니로, 앤 해서웨이, 르네 루소
  • 러닝타임: 121분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인턴〉은 은퇴 후 삶의 공백을 느끼던 일흔 살 벤 휘태커가 패션 온라인 쇼핑몰의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로버트 드니로가 경험 많은 인턴 벤을, 앤 해서웨이가 빠르게 성장한 회사를 이끄는 CEO 줄스를 연기했습니다.

줄거리

아내와 사별하고 오랜 직장생활에서도 은퇴한 벤은 여행과 취미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패션 스타트업 ‘어바웃 더 핏’의 시니어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새로운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벤은 젊고 빠른 직원들 사이에서 처음에는 낯선 존재로 여겨집니다. 담당자인 CEO 줄스 역시 그에게 맡길 일을 찾지 못하지만, 벤은 조급해하지 않고 주변에 필요한 일을 하나씩 해나갑니다. 줄스는 말보다 행동으로 자신을 돕는 벤을 점차 신뢰하게 되고, 서로 다른 세대의 두 사람은 직장 동료를 넘어 삶의 고민을 나누는 친구가 됩니다.

 

2. 영화 <인턴> 관람 포인트

  • 벤의 정장과 서류 가방, 종이 수첩이 젊은 직원들의 후드티와 디지털 업무 방식 사이에 놓이는 장면
  • 처음에는 벤에게 일을 주지 않던 줄스가 조금씩 자신의 일과 고민을 맡기기 시작하는 과정
  • 사무실을 빠르게 돌아다니는 줄스와 기다리며 주변을 살피는 벤의 서로 다른 움직임

그린팝콘 픽|벤은 왜 종이 이력서를 내지 않았을까

시니어 인턴 모집 공고를 본 벤이 처음 마주한 관문은 경력이나 나이가 아니었습니다. 지원서를 작성해 내는 대신,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나 비메오에 올려야 했습니다. 평생 종이와 전화번호부를 다뤄온 벤에게는 지원 방식부터 낯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벤은 “왜 종이 이력서는 받지 않느냐”고 불평하거나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 카메라 앞에 앉습니다. 그렇다고 젊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말투나 옷차림까지 바꾸지도 않습니다. 전달하는 방식은 새롭게 바꾸되, 자신이 살아온 모습까지 지우지는 않은 것입니다.


벤이 회사에 들어간 뒤에도 비슷합니다. 그는 이메일과 페이스북을 배우지만 손수건과 정장은 그대로 간직합니다.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지도 않고, 새 환경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전부 바꾸지도 않습니다.


〈인턴〉이 보여주는 적응은 젊은 세대를 흉내 내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시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형식으로 다시 건네는 일입니다. 벤의 두 번째 직장생활은 출근 첫날이 아니라, 자신을 영상으로 찍어 업로드한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 참고 자료: 낸시 마이어스 〈The Intern〉 각본(2014년 1월 버전)

 

3. 관람평|70대에 새 직장을 구한 우리 엄마 이야기

엄마가 요즘 우체국에 다닙니다. 70대 초반이고,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하루 세 시간씩 소포 부치러 오신 분들 안내하고 도와드리는 일입니다.

 

평생 주부로 사셨고 우체국 나가시기 전까지는 집에서 앱테크로 하루 몇백 원씩 모으는 것만 하시던 분이셨습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저는 속으로 좀 짠했습니다. 엄마가 돈을 버셔야 할 이유는 딱히 없었는데, 그냥 뭔가 스스로 해보고 싶으셨던 거겠지 싶어서요.

 

엄마는 우체국에 나가시면서 달라졌습니다. 월급도 생겼고, 직원분들과 친해져서 같이 식사도 하십니다. 전화 목소리도 달라졌습니다. 사회생활 해보니까 이게 이렇게 신나는 일이었는지 몰랐다고, 진작 이렇게 해볼걸 하셨습니다. 엄마의 하이톤 목소리에 제 기분도 덩달아 업 되었지요.

 

신기한 일도 생겼습니다. 엄마가 도와드린 분들이 하나씩 뭘 들고 오기 시작한 겁니다.

 

딸한테 옥수수 소포 부치러 왔다가 거기서 몇 개 빼서 엄마한테 주고 가는 분, 오다가 시장 들러서 호떡이랑 붕어빵 엄마 것까지 샀다며 봉지 내미는 분, 떡을 싸오는 분. 엄마는 그걸 받아서 우체국 직원들이랑 나눠 드신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전화로 들으면서 저는 별생각 없이 "어, 어머 귀엽다" 하고 웃었었는데 <인턴>을 보면서 그 장면들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는 사람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하는 벤 휘태커는 70대 노인입니다. 아내를 잃고, 오래 다니던 회사도 없어지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스타트업 인턴 공고를 보고 지원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엄마의 앱테크가 떠올랐습니다. 하루 몇백 원을 모으는 게, 돈이 필요해서라기보다 뭔가 내 손으로 하고 싶었던 마음이었겠다 싶었거든요. 벤이 인턴 공고를 본 것도 그 마음이었을 겁니다.

 

출근 첫날부터 며칠 동안 아무도 그에게 일을 주지 않습니다. 벤은 조용히 책상에 앉아 있습니다. 조급해하거나 불평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그게 그냥 느긋한 노인의 모습처럼 보였는데, 보다 보니 달랐습니다. 이미 증명이 필요 없는 사람의 태도라는 게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뭔가를 빠르게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편입니다. 새 일을 시작하면 첫 주 안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고, 조용히 앉아 있으면 불안해집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내가 여기서 왜 있지 하는 생각이 먼저 옵니다. 그래서 처음에 벤이 그냥 앉아 있는 장면이 답답했습니다. 저 상황이면 저는 분명 사흘 안에 그만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벤은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사람의 무언가를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 이미 증명이 필요 없는 사람의 태도. 저는 그게 나이에서 오는 건지, 살면서 어느 시점에 그냥 내려놓게 되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옆에 그냥 앉아있는 것

스타트업 CEO 줄스는 회사를 빠르게 키운 사람입니다. 유능하고 빠르고 완벽하려 합니다. 벤 같은 속도를 처음엔 불편해합니다.

 

그런데 벤은 줄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충고도, 조언도, 위로의 말도 없습니다. 늦은 밤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는 줄스 옆에 그냥 앉아 있습니다. 그 장면 하나가 영화에서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엄마를 떠올린 게 여기서였습니다. 엄마가 우체국 오시는 분들한테 특별히 뭔가를 해드리는 건 아닐 겁니다. 소포 부치는 방법 안내하고, 택배 용지 작성 도와드리고, 그냥 거기 있는 거겠지요.

 

특별한 말을 건네는 것도 아닐 겁니다. 근데 그분들이 다음번에 또 오면서 호떡을 사 들고 옵니다. 붕어빵을 삽니다. 딸한테 보내려던 옥수수를 덜어 줍니다. 받으러 온 게 아니라 드리러 온 겁니다.

 

엄마가 거기서 사람들에게 그냥 반갑게, 편하게 대해주시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낯선 사람한테 매번 반갑게 구는 건 에너지가 드는 일입니다.

 

근데 엄마는 그걸 에너지 쓰는 일로 여기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냥 사람이 오면 반가운 거겠지요. 말없이 옆에 있는 것이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저는 엄마를 보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벤이 인턴인 이유

영화 제목이 인턴인 건 단순히 벤이 인턴 자리를 얻어서만은 아닐 겁니다. 어떤 자리든 처음 들어가는 사람은 인턴입니다. 낯선 공간에서 자리를 찾고, 관계를 쌓고, 쓸모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게 스무 살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벤은 70대에 그 과정을 다시 시작합니다. 조급하지 않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냥 거기 있다가, 어느 순간 그 공간에서 제일 필요한 사람이 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영화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보여줄 뿐입니다.

 

엄마도 처음엔 그냥 출근하셨겠지요. 안내하고 도와드리고, 그게 다였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옥수수가 왔고, 호떡이 왔고, 떡이 왔습니다. 받으러 가신 게 아닌데 받아오십니다. 제가 볼 땐 대단한 일인 것 같은데 엄마는 별 대수롭지 않아 하십니다.

 

벤도 그랬을 겁니다. 자기가 그 공간에서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다는 걸 몰랐을 겁니다. 그냥 내일도 출근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겠지요.

 

엄마가 신이 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진작 해볼걸 그랬네. 사람이 언제 어디서 신나는 일을 만날지는 정말 모릅니다. 저희 엄마처럼 그게 일흔이 넘어서인 경우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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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코미디입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인턴>, <굿 포츈> 포토

※ 참고 자료: 영화 <인턴> 공식 작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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