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명 가수와 정상급 뮤지션의 사랑과 음악을 그린 영화 <스타 이즈 본> 리뷰입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영화 <스타 이즈 본> 기본 정보와 줄거리
기본 정보
- 개봉: 2018. 10. 09.
-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 감독: 브래들리 쿠퍼
- 각본: 에릭 로스, 브래들리 쿠퍼, 윌 페터스
- 출연: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샘 엘리엇, 앤드루 다이스 클레이
- 러닝타임: 135분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원작 계보: 1937년 영화 〈스타 탄생〉에서 시작된 이야기의 네 번째 영화화
브래들리 쿠퍼의 감독 데뷔작인 〈스타 이즈 본〉은 무명 가수의 성공과 유명 뮤지션의 몰락을 교차해 보여주는 음악 영화입니다. 레이디 가가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장편영화 주연을 맡았으며, 브래들리 쿠퍼는 연출과 각본, 제작과 주연을 함께 담당했습니다.
두 사람이 부른 ‘Shallow’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을 포함해 아카데미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Shallow’로 주제가상을 수상했습니다.
줄거리
오랜 시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뮤지션 잭슨 메인은 공연을 마친 뒤 우연히 들어간 바에서 앨리의 노래를 듣습니다. 뛰어난 목소리와 작곡 실력을 지녔지만 외모에 대한 평가 때문에 가수의 꿈을 포기하려던 앨리에게 잭슨은 자신의 무대에 함께 서자고 제안합니다.
잭슨과 함께 부른 ‘Shallow’를 계기로 앨리는 빠르게 이름을 알리고 자신의 무대와 음반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앨리의 목소리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 시작하는 동안, 오랫동안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해온 잭슨의 삶은 점점 무너집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한 사람의 사랑만으로 다른 사람의 상처와 중독까지 대신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2. 영화 <스타 이즈 본> 관람 포인트
- 촬영 현장에서 직접 녹음한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의 보컬
-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기보다 공연자와 함께 무대 위에 머무는 카메라
- 빨강과 청록에서 화려한 색채, 마지막 흰빛으로 달라지는 공연 조명
그린팝콘 픽|왜 마지막 무대에서는 색이 사라질까
잭슨의 초반 공연은 짙은 빨강과 청록빛으로 가득합니다. 앨리가 자신의 무대를 갖기 시작하면 더 다양한 색과 조명 효과가 더해지지만, 마지막 추모 무대에서는 색이 거의 사라지고 앨리에게 흰 조명만 남습니다.
촬영감독 매튜 리바티크는 빨강과 옅은 청록을 잭슨 공연의 기본 색으로 정하고, 앨리의 경력이 잭슨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그녀만의 색과 효과를 추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마지막 장면은 의도적으로 흰빛만 사용했으며, 강렬한 색은 광적인 록스타의 삶을, 흰빛은 그 화려함과 취기가 걷힌 상태를 나타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설명을 알고 보면 마지막 무대가 앞선 공연들과 확실히 다르게 보입니다. 앨리는 가장 큰 무대에 서 있지만 화면은 오히려 가장 쓸쓸합니다. 화려한 색이 사라진 자리에서 앨리가 홀로 남았다는 사실이 더 또렷하게 보입니다.
※ 참고 자료: American Cinematographer, 「Shooting Stars: A Star Is Born」
3. 관람평|인생영화인데 두 번 볼 자신은 없습니다
운전을 하다가 라디오에서 Shallow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노래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영화를 본 지 한참이 지났고 내용을 전부 기억하는 것도 아닌데, 전주가 흐르는 순간 잭슨과 앨리의 표정, 마지막 무대,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멍하니 앉아 있던 제 모습까지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그 무대 영상이 떴을 때도 똑같았어요. 이 영화는 저한테 그런 영화입니다. 본 지 오래됐는데 아직 안 끝난 영화.
2018년에 개봉한 <스타 이즈 본>은 브래들리 쿠퍼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본인이 직접 주연 잭슨을 연기했고, 레이디 가가가 앨리 역으로 처음 영화 주연을 맡았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른 Shallow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고요.
두 번 볼 자신이 없는 인생영화
이상한 말인 걸 압니다. 인생영화라면서 두 번 볼 자신이 없다니요. 그런데 저는 진심입니다. 한 번 더 본다면 그때 느꼈던 감정이 희석될까 봐 겁이 납니다. 처음 봤을 때의 그 먹먹함이 제 안에서 아직 그대로인데, 다시 보다가 그게 무뎌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아끼는 방식으로 다시 보지 않는 쪽을 골랐습니다.
대신 노래는 피하지 못합니다. 알고리즘이 Shallow를 들이밀 때마다 결국 끝까지 듣습니다. 삼 분 남짓한 그 노래 안에 두 시간짜리 영화가 통째로 들어 있어서, 저는 매번 그 삼 분으로 영화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무대 조명 안으로 걸어 들어간 앨리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건 앨리가 잭슨의 공연 무대에 처음 오르는 순간입니다.
잭슨은 전날 주차장에서 앨리가 들려준 노래를 무대에서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치만 앨리는 무대 뒤에 서 주저하며 선뜻 앞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그러다 잭슨의 목소리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나오고, 마이크를 잡아 ‘Shallow’를 부릅니다. 시작 전의 망설임과 노래에 완전히 빠져든 뒤의 얼굴이 달랐습니다. 그 짧은 변화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이 막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게 보였습니다.
두 사람의 공연이 실제 무대처럼 느껴져서 더 빠져들어 봤습니다. 배우가 가수를 연기한다는 느낌보다 우연히 한 가수의 시작을 목격하는 기분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앨리의 미래를 응원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응원했던 만큼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갈 수 없게 되는 후반부는 아팠습니다.
사랑만으로 대신할 수 없었던 회복
앨리의 무대가 커지는 동안 잭슨의 알코올과 약물 문제는 점점 심해집니다. 두 사람의 방향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앨리의 성공이 잭슨을 무너뜨린 것은 아닙니다. 잭슨은 앨리를 만나기 전부터 술과 약물에 의존하고 있었고, 청력 손상과 어린 시절의 상처도 오래 안고 살아왔습니다.
저는 보는 내내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발 누가 이 사람 좀 구해줬으면 좋겠다고요.
앨리는 손을 내밀고 재활 치료를 기다립니다. 자신의 유럽 투어까지 포기하면서 잭슨 곁에 있으려고 합니다. 그래도 술을 끊고 자기 삶으로 돌아오는 일까지 대신해줄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그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일은 같지 않았습니다.
재활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잭슨에게 앨리의 매니저는 그가 앨리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잔인한 말을 합니다. 그 말 한마디가 모든 비극의 원인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만 이미 자신을 짐처럼 여기고 있던 잭슨의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찔러버렸겠지요.
저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겨내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스타 이즈 본’에는 그런 안도감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랑이 패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잭슨과 앨리의 사랑이 부족했던 건 절대 아니니까요. 사랑해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는 사실이 이 영화를 다시 보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Shallow’가 아직도 아픈 이유
앨리는 오랫동안 바라던 스타가 됩니다. 큰 무대에 서고 신인상도 받습니다. 겉으로는 성공했지만 그 모습이 앨리가 처음 꿈꾸었던 모습과 같을까요. 저는 무대 위 앨리를 보면서 마음 놓고 축하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지막 추모 무대에서 앨리는 잭슨이 남긴 ‘I’ll Never Love Again’을 부릅니다. ‘앨리 메인’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 뒤 노래를 시작하는데, 저는 그 얼굴을 잊지 못합니다. 눈물을 참는 얼굴이라기보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만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노래가 이어지다가 과거의 잭슨이 피아노 앞에서 같은 곡을 부르던 모습이 나옵니다. 그 장면을 보고 나면 영화 초반의 ‘Shallow’까지 전과 똑같이 들을 수가 없습니다. ‘Shallow’는 두 사람이 가장 빛나던 순간의 노래인데, 뒤에 어떤 일이 오는지 알아버렸으니까요. 오늘도 알고리즘에 그 무대가 뜨면 저는 넘기지 못할 겁니다. 영화를 두 번 볼 자신은 없지만, 삼 분짜리 Shallow로는 몇 번이고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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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스타 이즈 본>, <마이클> 포토
※ 참고 자료
- 영화 <스타 이즈 본> 공식 작품 정보
- ‘Shallow’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
- ‘Shallow’ 장면과 곡 제작 이야기
- 브래들리 쿠퍼·레이디 가가 공연 촬영 관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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