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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를 보다가 욕할 뻔 했습니다. 그것도 꽤 여러 번이나요. 처음에는 분노해서, 나중에는 후련해서, 마지막에는 씁쓸해서였습니다. 넷플릭스 참교육은 그런 드라마입니다. 현실이 될 수 없는 판타지인데, 왜 이렇게 절실하게 원하게 되는지를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설정은 황당하지만 감정은 전혀 황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뉴스에서 보다 못해 화면을 꺼버리고 싶었던 그 답답함을, 이 드라마는 정면으로 받아서 터뜨려 줍니다.

     

    출처: 나무위키

     

    줄거리 - 교권국이 태어난 이유

    이야기는 교사 최가윤의 죽음에서 시작됩니다. 문제 학생 조규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생님은 결국 그 학생의 흉기에 찔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더 참을 수 없었던 건 사건 이후였습니다. 규철은 법정에서 "선생님을 사랑했다"는 말을 늘어놓았고, 미성년자라는 이유와 불우한 가정환경이 참작되어 단기 2년, 장기 4년 형을 받았습니다. 피해자는 돌아오지 못하는데 가해자는 제도 뒤로 숨어버린 셈입니다. 이 장면 하나가 드라마 전체를 움직이는 울분의 연료가 됩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이자 교육부 장관이 된 최강석은 교권보호국, 이른바 교권국을 설립합니다. 학교폭력과 교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특수 감독관을 직접 학교에 투입해 교육 환경을 회복시키는 기관입니다. 가윤의 약혼자였던 특수부대 출신 나화진이 초대 감독관으로 임명되고, 두 사람은 가윤이 끝내 지키지 못한 학교를 이제 자신들이 지키겠다고 나서게 됩니다. 복수이기도 하고, 속죄이기도 한 출발입니다.

     

    교권침해 - 드라마 보다 더 답답한 뉴스들

    제 20년 지기 친구가 중학교 선생님입니다. 가끔 통화하면 "수업 중에 애들이 내 말을 아예 듣지를 않아"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 목소리에서 피로가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제가 40대 중반인데,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쉬는 시간에 아무리 떠들다가도 선생님이 문 열고 들어오시면 그 자리에서 바로 조용해졌습니다. 그게 당연한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그 당연함이 사라진 교실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드라마는 가해자를 한 명으로 좁히지 않습니다. SNS를 조작해 교사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학부모, 조직처럼 서열을 짜고 움직이는 학생 집단, 밤낮없이 연락을 해대며 교사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초등학교 학부모들, 심지어 고위층 자녀를 위해 시험지를 유출한 교사까지 나옵니다. 교권이 무너지는 방식은 단 하나가 아니고, 가해자가 학생일 때도 있고 학부모일 때도 있고 심지어 교사 자신일 때도 있다는 걸 매 화마다 다른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불쾌하지만 외면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거기 있습니다.

     

    카타르시스 - 말이 안되는데 계속 보게되는 이유

    나화진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가윤을 죽인 규철을 다시 마주하는 장면입니다. 누구보다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그 감정을 끝까지 꾹 눌러두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사적 보복이 아니라 감독관의 역할 안에서 움직이려는 그 태도가, 단순한 응징 드라마와 이 작품을 구분 짓는 지점입니다. 이성민 배우의 최강석도 대사보다 침묵으로 더 많은 걸 말하는 캐릭터였습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감정과 장관이라는 공적 책임이 충돌하는 순간, 표정 하나로 그 무게를 눌러두는 연기가 설득력 있었습니다.
    현실에서는 법이 너무 늦게 도착합니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생기는 등 진전은 있지만, 촉법소년이라는 법적 빈틈 뒤로 숨어버리면 막을 방법이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촉법소년이란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범을 가리키는 말로, 범죄를 저질러도 보호처분만 받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이 빈틈을 알면서도 버젓이 이용하는 아이들을 보여주면서 시청자가 현실에서 쌓아온 분노를 정확히 건드립니다. 교권국은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존재입니다. 말이 안 되는 설정인데도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이 판타지가 왜 이렇게 절실하게 느껴지는지, 그 이유 자체가 지금 우리 교육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보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완벽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일부 감정선이 흐려지는 구간도 있고, 설정의 비현실성이 걸리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 이만큼 속 시원하게 교육 현실을 건드리는 드라마는 드뭅니다. 뉴스에서 고구마를 열 개쯤 먹은 기분이 들 때, 참교육은 꽤 확실한 사이다가 되어줍니다. 법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 같은 답답함을 매일 느끼는 분이라면, 충분히 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보고 나서 마음이 홀가분해지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이 남는 드라마라는 것, 미리 말씀드려 두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ZKIwe261Ag&t=1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