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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영화 <사람과 고기> 리뷰|그분이 춥다는 걸 그날 처음 느꼈습니다

by 그린팝콘 2026. 7. 6.
📖 목차

영화 사람과 고기 포스터
▲ 영화 <사람과 고기> 공식 포스터

공짜 고기 한 끼를 위하여 함께 다니기 시작한 세 노인의 이야기. 영화 <사람과 고기> 리뷰입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영화 <사람과 고기> 기본 정보와 줄거리

기본 정보

  • 개봉: 2025. 10. 07.
  • 장르: 드라마
  • 감독: 양종현
  • 각본: 임나무
  • 출연: 박근형(형준), 장용(우식), 예수정(화진)
  • 러닝타임: 107분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초청: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

영화 〈사람과 고기〉는 폐지 수거와 길거리 채소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세 노인이 고기를 먹기 위해 무전취식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노인 빈곤과 고독, 죽음이라는 무거운 문제를 다루지만 인물들을 일방적인 연민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투닥거리고 욕심내고 함께 도망치는 세 사람의 모습을 블랙코미디와 우정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줄거리

폐지를 주우며 홀로 살아가는 형준은 폐지 문제로 다투던 우식, 골목에서 채소를 파는 화진과 우연히 한 상에 앉게 됩니다. 세 사람은 형준의 집에서 소고기뭇국을 나누어 먹으며 가까워집니다.


고기 한 번 제대로 먹기 어려운 세 사람에게 우식은 뜻밖의 제안을 꺼냅니다. 고깃집에서 배불리 먹고 돈을 내지 않은 채 도망치자는 것입니다.


첫 번째 무전취식에 성공한 세 사람은 나름의 규칙까지 정해 서울 곳곳의 고깃집을 찾아다닙니다. 위험하고 분명 잘못된 행동이지만, 함께 음식을 고르고 불판 앞에 앉아 도망칠 순간을 기다리는 동안 이들의 무기력했던 일상에도 오랜만에 활기가 생깁니다.

 

2. 영화 <사람과 고기> 관람 포인트

  • 박근형·장용·예수정이 만드는 투박하고 자연스러운 대화와 코미디 호흡
  • 노년을 느리고 수동적인 모습으로만 그리지 않는 무전취식과 추격 장면
  • 웃다가도 세 사람의 빈곤과 고독을 돌아보게 만드는 블랙코미디의 씁쓸한 균형

그린팝콘 픽|형준은 왜 캐릭터 셔츠를 입었을까

폐지를 줍는 형준의 옷을 자세히 보면 의외로 귀여운 캐릭터 셔츠가 눈에 들어옵니다. 팍팍한 생활을 하는 인물에게는 조금 뜻밖이라서 오히려 기억에 남는 옷입니다.


박근형은 원래 준비된 망사 조끼를 보고 “내가 쌀장수냐”며 다른 옷을 제안했고, 결국 캐릭터 셔츠를 입고 촬영했다고 밝혔습니다.
형준이 망사 조끼를 입었다면 등장하는 순간부터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가난한 노인’의 모습으로만 읽혔을지도 모릅니다. 캐릭터 셔츠는 형준의 가난을 감추지는 않지만, 그에게 가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취향과 고집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사람과 고기〉는 세 주인공을 불쌍한 노인 세 명으로만 묶지 않습니다. 캐릭터 셔츠를 입은 형준처럼 각자 성격도, 욕망도, 살아온 방식도 다른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영화를 볼 때 형준의 셔츠가 장면마다 어떻게 보이는지도 한번 살펴보세요.


※ 참고 자료: 중앙일보 「끝에서 돌아본 인생이 진짜…노인들도 욕망과 꿈이 있어요」 박근형·장용 인터뷰(2025. 11. 11.)

 

3. 관람평|그분이 춥다는 걸, 그날 처음 느꼈습니다

몇 년 전 겨울이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발을 동동거리면서 걷고 있던 중에 동네 골목에서 폐지를 주우시던 할머니 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항상 거기 계시던 분이라 늘 그냥 지나쳤는데, 그날따라 손이 너무 시려보여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제 주머니에 있던 손난로를 쥐어드리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분이 거기 계신다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분이 춥다는 건 그날 처음 느꼈구나 싶어서요. 계절이 몇 번 바뀌도록 거기 계신 분이었는데.

 

<사람과 고기>를 보고 난 뒤 그 골목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때문에 떠오른 건지, 원래 잊지 못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풍경이 된 사람들

영화는 가난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 셋의 이야기입니다. 폐지를 줍는 형준과 우식, 길거리에서 채소를 파는 화진. 폐지 문제로 다투던 형준과 우식을 화진이 타박하면서 세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고, 이들은 함께 고기를 먹으러 다니게 됩니다. ‘공짜’로요.

 

줄거리만 들으면 노인 범죄 코미디처럼 들리는데, 실제로 앉아서 보면 웃기다가 멈칫하는 순간이 자꾸 옵니다. 킬로그램당 60원인 폐지를 하루 종일 모아야 천 원 남짓. 그 숫자가 화면에 짧게 지나가는데, 숫자 자체보다 그만큼을 벌기 위해 리어카를 미는 하루가 어떤 하루인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하루가 쌓여서 이 사람들 삶이 된다는 것도요.

 

세 사람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방식이 딱 우리가 거리에서 이분들을 보는 방식과 같습니다. 그냥 거기 있습니다. 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 할머니가 추위를 타는 사람이라는 걸 오랫동안 못느꼈던 것처럼, 화면 밖의 우리도 이 사람들이 배가 고프다는 걸, 외롭다는 걸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영화는 그 당연함을 아주 조용히 흔들어 놓습니다. 큰 소리 하나 없이요.

우식이라는 사람

세 인물 중 가장 오래 생각나는 건 우식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투덜대는 영감님처럼 보입니다. 형준이 형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형님은 개뿔"이라고 받아치고, 고기를 사준다고 꼬드겨 놓고 무전취식을 시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자기가 이 판을 벌렸으면서 가장 뻔뻔하게 잘 먹는 인물이에요. 초반에는 솔직히 좀 얄밉습니다.

 

그런데 영화 중반쯤, 우식이 간암 말기라는 사실이 나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화면을 잠깐 멈추고 싶었습니다.

 

그 정보를 알고 나자 앞 장면들이 전부 다시 보였습니다. 고기에 집착하던 이유, 걸음이 조금 느렸던 것, 농담처럼 내뱉던 말들. 처음부터 보이지 않던 것들이 뒤늦게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우식을 화면에서 처음부터 풍경으로 봐왔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우식이 나중에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형준, 화진과 고기를 먹으러 다니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요. 범죄였던 그 시간이 생의 가장 빛나는 기억이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저는 슬프다는 생각보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 행복이 불법이 돼야만 했다는 것 자체가요. 영화는 그걸 두고 크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우식의 얼굴을 보여줄 뿐이에요. 그 얼굴이 오래 남습니다.

혼자 먹기엔 서러운 음식

영화 소개 문구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돈 있어야 먹을 수 있고, 혼자 먹기엔 서러운 음식, 고기."

 

처음엔 그냥 홍보 카피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 문장이 가장 정확한 요약이었습니다. 세 사람이 진짜로 원한 건 고기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이 먹는 것, 기다려 주는 사람, 오늘 뭘 먹을지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었던 거겠지요. 고깃집 불판 앞에서 세 사람이 웃는 장면이 범죄 장면인데도 이상하게 흐뭇하게 보이는 건 그래서입니다.

 

화진에게는 가끔 들르는 손자가 있습니다. 반가운 얼굴로 나타나지만 대화가 항상 용돈 얘기로 끝납니다. 화진은 그걸 알면서도 손자가 오면 좋아합니다. 그 장면이 참 묘하게 씁쓸하면서도 기다리는 사람한테는 자신을 찾아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형준도 마찬가지입니다. 20년 넘게 연락이 끊긴 아들들 명의의 집에 얹혀 살면서, 폐지를 팔아 하루를 버팁니다. 세 사람 각자의 사정을 알고 나면, 이들이 왜 굳이 같이 다녔는지가 더 선명해집니다. 그 불판 앞이 이들한테 유일하게 손님 대접을 받는 자리였을 겁니다.

 

재판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판사가 상습사기 혐의를 냉담하게 읽어 내려가는 동안, 세 사람은 그냥 앉아 있습니다. 틀린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가 이상하게 불편합니다. 법이 옳다는 건 알겠는데,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를 법정은 묻지 않으니까요.

골목으로 돌아가서

손난로를 드리고 돌아서던 날 저는 그분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걸었습니다. 날씨가 풀리고, 여름이 오고, 다시 겨울이 왔을 때도 그분은 골목에 계셨습니다. 저는 계속 지나쳤습니다.

 

<사람과 고기>를 보고 나서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그분한테 먼저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가끔, 지나칠 때 잠깐 봅니다. 오늘 거기 계신지. 오늘은 손이 어떤지.

영화가 바꾼 건 딱 그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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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서 출발해

사회의 편견과 사람의 존엄을

바라보는 작품입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사람과 고기>, <앙: 단팥 인생 이야기> 포토
※ 참고 자료: 영화 <사람과 고기> 공식 작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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