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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영화 <눈동자> 리뷰|우리 둘 다 틀렸다

by 그린팝콘 2026. 7. 3.
📖 목차

영화 눈동자 포스터
▲ 영화 <눈동자> 공식 포스터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가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파해치는 영화 <눈동자> 리뷰입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영화 <눈동자> 기본 정보와 줄거리

기본 정보

  • 개봉: 2026년 6월 24일
  •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 감독·각색: 염지호
  • 원작: 스페인 영화 〈줄리아의 눈〉
  • 출연: 신민아, 김남희, 이승룡, 김영아
  • 러닝타임: 105분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눈동자〉는 기옘 모랄레스 감독의 스페인 영화 〈줄리아의 눈〉을 한국적으로 각색한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옆집사람〉을 연출한 염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신민아가 쌍둥이 자매 서진과 서인을 연기하는 첫 1인 2역에 도전했습니다.

줄거리

유전성 시신경병증으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서진은 먼저 시력을 잃었지만 도예가로 성공한 쌍둥이 동생 서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마주합니다. 모두가 자살이라고 말하지만, 서진은 동생의 작업실과 마지막 행적에서 석연치 않은 흔적을 발견합니다.

 

아무도 자신의 의심을 믿어주지 않자 서진은 담당 형사 도혁과 함께 사건을 추적합니다. 그러나 시야가 좁아질수록 주변의 작은 기척과 말 한마디까지 의심하게 되고, 진실에 가까워진 서진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표적이 됩니다.

2. 영화 <눈동자> 관람 포인트

  • 서진의 시야가 흐려질수록 숨소리와 발소리, 담배가 타는 소리가 더욱 선명해지는 감각의 변화
  • 한쪽 눈동자를 따로 움직이며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과 쌍둥이 자매의 차이를 표현한 신민아의 연기
  • 서진이 수영장에서 범인을 발견할 때 사용된 달리 줌*과 〈샤이닝〉의 문을 부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고전 스릴러 오마주

* 달리 줌: 영화 〈현기증〉으로 널리 알려진 촬영 기법으로, 인물의 크기는 유지한 채 배경만 뒤틀리듯 변하게 만들어 충격과 불안감을 강조합니다.

그린팝콘 픽|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눈이 암실에 걸렸다

영화 초반 서진의 암실에는 수십 장의 눈동자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관련 기사를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사진들은 따로 섭외한 모델이 아니라 영화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 약 30명의 눈을 직접 촬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카메라 뒤에서 영화를 만들던 사람들의 눈이 화면 안으로 들어와 관객을 바라보고 있는 셈입니다. 다양한 모양의 눈동자를 한 공간에 모아놓으니 서진의 직업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누군가의 시선을 계속 의식하게 되는 영화의 분위기도 초반부터 만들어집니다.

 

아주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이 사실을 알고 보면 암실 벽에 걸린 눈동자들을 한 번쯤 자세히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 참고 자료: 오마이뉴스, 염지호 감독 인터뷰 「암실에 걸린 눈동자 사진 수십 개의 정체」

3. 관람평|우리 둘 다 틀렸다

카페에서 친구와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냅킨에 이름을 적었습니다. 영화 <눈동자>가 끝나고 나서요.

 

각자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인물 이름을 종이에 쓰고 동시에 펼쳐 보자고 했습니다. 셋을 세고 펼쳤는데, 둘 다 달랐습니다. 그리고 둘 다 틀렸습니다.

 

둘다 상영 내내 엉뚱한 사람을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억울하진 않았냐고요. 저도 그 말을 하려다가 웃음이 먼저 나왔습니다. 정성껏 의심했던 인물이 멀쩡하게 살아서 엔딩을 맞이하는 걸 보고, 어이가 없어서 픽- 웃어버린 그 순간.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이 영화가 가장 잘 해낸 부분인 것 같습니다. 상영 내내 관객의 시선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했다는 뜻이니까요.

두 눈으로 봤는데 못 봤다

<눈동자>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서진이 쌍둥이 동생 서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설정만 놓고 보면 단순한 범죄 스릴러처럼 들리는데, 실제로 앉아서 보면 계속 불편합니다. 주인공이 점점 보이지 않게되는 영화인데, 관객인 저도 덩달아 뭔가를 놓치는 기분이 자꾸 드는 겁니다. 제가 놓치는 건지, 아니면 영화가 일부러 안 보여주는 건지 그 경계가 계속 흐릿합니다.

 

화면이 어두워지거나 흐릿해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보이는 것과 실제로 일어난 일이 계속 조금씩 어긋납니다. 저는 중반쯤 지나서부터 미간에 힘을 주고 화면을 쏘아보고 있었는데, 시력이 나쁜 것도 아닌데 눈이 자꾸 피로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극장에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화면이 잘 안 보이는 게 아니라, 보고 있는데도 이해가 계속 반 박자 늦게 따라오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는 속도를 극도로 조절합니다. 보여주는 척하면서 실은 숨기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믿고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가 속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게 관객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그게 가장 심했던 게 서진이 동생의 차 안에서 내비게이션 기록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는데요. 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고, 눈으로 그걸 읽고, 표정이 굳어지는 게 전부입니다. 화면에 뭐가 찍혀 있는지는 끝까지 안보여줍니다. 서진의 얼굴만 보여주면서 나머지는 보는 사람이 알아서 채우게끔 하죠. 저는 팝콘을 집던 손을 내려놓고 먹던 입도 멈췄습니다. 완전 당해버린 겁니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는 일

신민아라는 배우 이름을 들으면 아직도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밝고 잘 웃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얼굴. 예전 작품들에서 남긴 인상이 워낙 오래 남아 있어서, 눈동자에서 서진을 처음 마주쳤을 때 잠깐 낯설었습니다. 얼굴은 같은데 눈빛이 달랐습니다. 반가운 것과 낯선 것이 동시에 오는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1인 2역이라는 건 쌍둥이 자매를 동시에 연기한다는 뜻인데, 두 인물의 감정 결이 완전히 달라야 합니다. 한쪽은 뭔가를 감추고 있고, 한쪽은 진실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서인과 서진은 눈빛과 몸의 긴장부터 달라 보였습니다. 옷도 비슷하고 얼굴도 같은데 어느쪽인지 헷갈리지 않았습니다. 두 명이 진짜 나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게 연기로 만들어진 결과라는 사실보다, 그냥 두 사람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게 생각해보면 꽤 대단한 일입니다.

 

극장을 나올 때 옆자리 분이 혼잣말처럼 "신민아 이런 것도 하네"라고 하더군요. 저도 정확히 같은 생각을 하고 나오던 참이었습니다.

모르고 봐서 좋았던 것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2010년 스페인 영화 〈줄리아의 눈〉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꽤 평이 좋았던 스릴러였더군요. 한국판은 후반부에서 원작과 다른 선택을 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비교 영상까지 찾아볼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새 한 시간을 인터넷에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보러 갔기 때문에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고,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 열심히 의심할 수 있었습니다.

 

원작을 먼저 본 사람이라면 그 긴장이 반쯤 빠질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어디서 달라지는지 비교하며 보는 재미는 있겠지만, 그건 완전히 다른 종류의 감상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극장에 들어가는 편이 좋습니다. 저처럼 엉뚱한 사람을 끝까지 의심하는 재미까지 포함해서요.

 

저는 후반부에서 이렇게까지 가는구나 싶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나중에 원작을 보면 그 선택이 어떻게 느껴질지 아직 궁금합니다.

카페에서 냅킨을 펼치기까지

스토킹범 현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속에서 분노가 확 올라왔습니다. "다시 와, 내가 다 용서해 줄게." 태연하게 말하는데 서진보다 제가 먼저 씩씩거렸습니다. 이 대사가 그냥 대사처럼 들리지 않았다는 뜻인데, 그만큼 장면이 실제처럼 설계돼 있다는거죠. 친구는 이 장면에서 범인을 확신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너무 곁에 붙어 있던 신변보호 형사 오미경을 의심하고 있었고요. 너무 친절한 조력자였으니까요. 스릴러에서 친절한 사람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생각하면서 혼자 단서까지 맞춰가고 있었습니다.

 

카페에서 각자 냅킨에 적은 이름을 펼쳐보면서 우리 둘 다 어이가 없어서 한참 웃었습니다. 그런데 웃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보면, 두 시간 동안 나란히 같은 화면을 보면서 각자 전혀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있었다는 게 이 영화의 구조가 잘 작동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의심의 방향이 사람마다 다르게 설계된 영화. 둘 다 틀렸는데도 카페에서 한참 떠들다 나왔습니다. 그 정도면 두 시간 값은 충분히 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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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눈동자>, <버닝> 포토
※ 참고 자료

  • 영화 <눈동자> 공식 작품 정보
  • 연합뉴스, 염지호 감독 인터뷰
  • 주간경향, 영화 〈눈동자〉 시네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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