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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 드라마

넷플릭스 영화 <토스카나> 리뷰|마늘 냄새가 먼저 설득한 것들

by 그린팝콘 2026. 6. 27.
📖 목차

영화 토스카나 포스터
▲ 영화 <토스카나> 포스터

 

파스타를 만들 때 저는 꼭 마늘을 먼저 볶습니다. 올리브유가 달궈지면 마늘을 넣고 그 다음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한 30초 정도는요.

 

그 향긋하고 입맛 돋우는 냄새가 너무 좋아서 그냥 서서 맡고 있습니다. 삶은 면도 건져내고 소스도 준비해야 하는데, 그 30초 동안은 그런걸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요리를 하러 주방에 들어왔다가 어느 순간 냄새를 맡으러 서 있는 사람이 된 겁니다.

 

영화 〈토스카나〉를 보다가 그 30초가 떠올랐습니다. 화면 속 마늘이 올리브유에 닿는 순간, 갑자기 제가 주방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과일을 먹으며 틀어놓은 영화였는데 포크를 잠깐 내려놓았습니다.

 

화면에서 냄새가 날 리 없는데, 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는 요리를 많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요리들이 이야기를 대신합니다. 대사가 해야 할 일을 냄새와 온도가 먼저 합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늘 냄새가 먼저 설득한 것들

처음 리스톤키의 음식과 주방을 마주한 테오는 맛보다 위생과 조리 기준부터 따집니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일군 공간이지만, 그는 아들의 눈보다 셰프의 눈으로 먼저 들여다봅니다.

 

불편하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습니다. 감정 대신 기준을 들이미는 것. 멀어진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슬픔부터 꺼내기보다 주방의 문제를 찾는 편이 테오에게는 훨씬 쉬웠을 겁니다.

 

그런 테오 앞에 영화는 긴 설명 대신 음식을 하나씩 놓습니다.

 

현지의 빵과 올리브유를 맛보고, 아버지가 남긴 조리 노트를 펼쳐 리소토를 만들고, 소피아의 결혼식 음식을 함께 준비하는 동안 그가 바라보는 공간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처분해야 할 낡은 시설이었는데 그곳에서 직접 재료를 만지고 음식을 만들수록, 아버지가 왜 이 자리를 오래 지켜왔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테오는 요리사이기 때문에, 말보다는 냄새와 온도와 손으로 그곳을 이해합니다. 아버지를 용서하라는 말이나 성을 팔지 말라는 설득은 그에게 쉽게 와닿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감각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지의 빵과 올리브유를 처음 맛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테오는 그걸 먹으면서 표정이 달라집니다. 음식을 오래 다뤄온 사람은 맛 앞에서 쉽게 무너집니다. 자신이 구축한 기준이 흔들리는 순간을 말로 막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흠부터 찾았던 주방에서 직접 재료를 만지고 요리를 하는 동안, 테오는 같은 공간을 전혀 다르게 읽기 시작합니다.

 

완성된 음식보다 먼저 닿은 냄새

제가 파스타를 만드는 게 정말 요리인지 사실 의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올리브유에 마늘을 볶는 그 30초가 목적인 사람이 결과물로 면을 내놓는 것뿐이니까요.

 

그래도 그 냄새가 집 안에 퍼지는 순간이 너무 좋습니다. 주방에서 무언가가 익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아무도 없어도 집 안에 온기가 생기는 기분이 듭니다.

 

맛은 나중 문제입니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냄새만으로 이미 무언가 시작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테오도 토스카나에서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늘 자신이 음식을 내놓고 평가받던 사람이, 다른 사람이 지켜온 주방과 재료 앞에서 잠시 멈춥니다. 테오는 아버지가 남긴 조리 노트의 글씨를 따라가며 리소토를 만드는 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시간을 더듬어보게 됩니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은 어쩌면 그 사람이 평생 쓰던 주방에서 같은 냄새를 맡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음식이 만들어지는 장면들은 느리게 지나갑니다. 재료를 손질하고 팬에 불을 올리는 순서가 천천히 보여주죠. 줄거리보다 그 순간의 냄새가 기억에 더 남는 건,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팔았다가 다시 찾은 주방

테오는 성을 팔고 덴마크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코펜하겐의 주방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전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결국 자신의 식당을 처분하고 다시 토스카나로 향합니다.

 

저는 이 결정이 영화에서 가장 이상하게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나쁜 뜻은 아니고, 어려운데 이해가 된다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팔아야 할 재산으로만 보았던 곳으로 자기 발로 되돌아온 겁니다. 영화는 테오의 그 결정을 긴 대사로 설명하기보다 다시 주방에 선 모습으로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그곳의 문제부터 지적하던 남자가 이제 직접 불을 올리고 음식을 만듭니다. 같은 주방인데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져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테오를 붙잡은 건 풍경도 소피아도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방식으로만 이해할 수 있었던 것들, 그 주방에서 손이 기억한 것들이 그를 다시 데려온 겁니다.

 

영화가 끝나고 저는 주방으로 갔습니다. 특별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팬을 꺼냈습니다.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넣었습니다. 30초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에도 파스타 맛은 평소와 비슷했습니다. 마늘 볶는 냄새는 매번 너무 향긋하고 좋은데 결과물은 그 냄새만큼 좋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계속 만드는 건 분명 그 너무도 행복한 30초 때문입니다.

 

영화 <토스카나>에 대하여

2022년 5월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토스카나>는 덴마크 출신 메흐디 아바즈 감독이 연출한 90분의 로맨스·드라마 영화입니다. 아네르스 마테센이 셰프 테오를, 크리스티아나 델안나가 소피아를 연기합니다.

 

코펜하겐에서 새로운 레스토랑을 준비하던 테오는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토스카나의 성과 사업을 처분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소피아와 사람들을 만나고 아버지가 남긴 음식과 기억을 마주하면서 오랫동안 외면했던 과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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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 참고 자료: 영화 <토스카나> 공식 작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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