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된 우정이 한 마을을 바꾸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우스> 리뷰입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넷플릭스 영화 <클라우스> 기본 정보와 줄거리
기본 정보
- 공개일: 2019. 11. 15.
- 공개 플랫폼: 넷플릭스
- 장르: 애니메이션, 가족, 코미디, 모험
- 감독: 세르히오 파블로스
- 각본: 세르히오 파블로스, 짐 마호니, 잭 루이스
- 목소리 출연: 제이슨 슈워츠먼(제스퍼), J.K. 시먼스(클라우스), 러시다 존스(알바), 조안 쿠삭(크럼 부인)
- 러닝타임: 96분
- 이용등급: 전체관람가
- 수상·후보: 제92회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 2020년 영국 아카데미 애니메이션상 수상
〈클라우스〉는 〈슈퍼배드〉의 원안을 공동 창작한 세르히오 파블로스가 연출한 넷플릭스 최초의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전통적인 손그림 애니메이션에 새로운 조명과 질감 표현을 더해 2D 특유의 움직임과 입체적인 화면을 함께 구현했습니다.
줄거리
우편학교에서도 성실하게 생활하지 않던 제스퍼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북쪽 외딴섬 스미어렌스버그에 보내집니다. 1년 안에 편지 6,000통을 처리하지 못하면 집안의 지원을 끊겠다는 조건도 붙습니다.
하지만 스미어렌스버그에서는 크럼과 엘링보 두 가문이 오랫동안 싸움을 이어온 탓에 누구도 편지를 주고받지 않습니다. 마을을 벗어날 방법을 찾던 제스퍼는 숲속에서 홀로 장난감을 만들며 살아가는 클라우스를 만납니다.
제스퍼는 아이들이 클라우스에게 편지를 보내면 장난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퍼뜨립니다. 편지 수를 채우려는 제스퍼와 묵혀둔 장난감을 전하려는 클라우스의 거래는 조금씩 아이들과 마을 전체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2. 넷플릭스 영화 <클라우스> 관람 포인트
- 손으로 그린 캐릭터에 장면의 빛과 그림자를 더해 완성한 입체적인 2D 애니메이션
- 제스퍼의 빠르고 과장된 몸짓과 클라우스의 무겁고 느린 움직임이 만드는 대조
- 굴뚝, 썰매, 순록, 착한 아이 명단 등 익숙한 산타클로스 전통이 우연과 소문을 통해 하나씩 만들어지는 과정
그린팝콘 픽|싸움은 사람보다 지붕에서 먼저 시작됐다
스미어렌스버그의 건물을 다시 보면 유난히 뾰족합니다. 지붕과 벽에는 삼각형과 마름모가 반복되고,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기울어진 건물도 보입니다.
제작진은 이 마을을 보기만 해도 불편하고 위험하게 느껴지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높고 날카로운 형태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알고 다시 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제스퍼가 마을 사람들과 제대로 부딪치기도 전에, 뾰족한 지붕과 건물들이 먼저 싸움을 걸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서로를 경계하고 공격하는 스미어렌스버그 사람들의 분위기가 대사보다 먼저 마을의 모양에서 보이는 셈입니다.
〈클라우스〉를 볼 때는 사람들의 표정뿐 아니라 뒤에 있는 지붕도 한번 살펴보세요. 이 마을에서는 싸움이 사람보다 건물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3. 관람평|착한 일은 착한 마음에서만 시작될까
착한 일을 시작한 이유까지 반드시 착해야 할까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우스>의 주인공 제스퍼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배달한 것이 아닙니다. 편지 6,000통을 처리하고 하루빨리 얼어붙은 섬을 떠나려는 계산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제스퍼의 변화가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처음부터 마음씨 좋은 주인공이었다면 이 영화가 지금처럼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선행의 시작은 욕심이었다
2019년 공개된 <클라우스>는 세르히오 파블로스 감독이 산타클로스의 탄생을 새롭게 상상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입니다.
우편학교에서도 성실하게 생활하지 않던 제스퍼는 아버지에 의해 스미어렌스버그라는 외딴 섬으로 보내집니다. 1년 안에 편지 6,000통을 처리하지 못하면 집안의 지원을 끊겠다는 조건도 붙습니다.
하지만 섬마을 사람들은 편지를 주고받기는커녕 두 가문으로 나뉘어 대대로 싸우고 있습니다. 제스퍼는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아이들이 클라우스에게 편지를 보내면 장난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퍼뜨립니다.
좋은 일을 하게 된 계기치고는 상당히 이기적입니다.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도, 마을을 바꾸려는 뜻도 없었습니다. 제스퍼에게 장난감은 편지를 모으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제 블로그가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수익이었습니다. 지금도 조회수와 수익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글을 계속 쓰다 보니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순간이 생겼습니다. 누군가 제 글을 읽고 도움이 됐다고 남긴 댓글 때문에 이미 발행한 글을 다시 확인하고, 틀린 내용을 고치기도 했습니다.
시작한 이유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글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편지 6,000통만 바라보던 제스퍼가 점차 아이들의 표정과 마을의 변화를 보기 시작하는 과정이 더 이해가 잘 됐습니다.
보상이 만든 변화
마을의 변화는 개구리 장난감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받고 싶어서 편지를 씁니다. 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편지를 쓰기 위해 학교를 찾아가고, 선물을 받으려면 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서로 돕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순수한 마음으로 움직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제스퍼는 편지 수를 채우기 위해 장난감을 배달했고, 아이들은 선물을 받으려고 글을 배우고 착한 행동을 흉내 냈습니다. 그런데 그 행동이 반복되자 문을 닫았던 학교가 다시 열리고, 서로 싸우던 사람들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클라우스>가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의 처음 동기를 일일이 심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보상을 바라고 시작한 행동이라도 실제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그다음 행동을 불러올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영화는 좋은 결과가 생겼다는 이유로 제스퍼의 거짓말까지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가 편지 배달을 시작한 진짜 이유가 밝혀지자 클라우스와 마을 사람들은 상처받습니다. 아이들이 웃게 된 것과는 별개로, 사람을 이용해서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아있는 거죠.
제스퍼의 변화는 장난감을 배달하기 시작했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보상이 없어도 자신이 만든 것을 지키기로 선택한 순간 확인됩니다.
끝내 주인을 만난 장난감
후반부에는 제스퍼보다 클라우스에게 자꾸 눈길이 갔습니다.
클라우스의 집에 쌓여 있던 장난감은 아내 리디아를 잊기 위해 만든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언젠가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며 장난감을 하나씩 만들었지만 끝내 아이를 갖지 못했고, 리디아마저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쌓여 있던 장난감들이 마을 아이들의 손에 들어가면서 멈춰 있던 클라우스의 시간도 다시 움직입니다. 제스퍼가 클라우스를 변화시켰다기보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전하는 일이 그가 다시 세상과 연결될 통로가 되어준 것처럼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제스퍼가 클라우스를 이용했고, 클라우스 역시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치만 계산으로 시작한 두 사람의 동행은 어느 순간 서로가 지키고 싶은 일이 됩니다.
원래의 편안한 생활로 돌아갈 기회를 얻은 제스퍼가 결국 마을에 남기로 결정하는 장면도 그래서 중요했습니다. 편지 6,000통을 채운 것만으로는 그의 마음이 달라졌다고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보상을 눈앞에 두고도 다른 선택을 했을 때, 비로소 처음의 욕심과 지금의 마음이 달라졌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저도 블로그를 수익 때문에 시작했고, 제스퍼도 섬을 빠져나가기 위해 편지를 모았습니다. 시작할 때의 욕심을 굳이 아름답게 바꿔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일을 계속하다 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이 보이고, 어느 순간 보상보다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클라우스>를 보고 난 뒤에는 선행이 어떤 마음에서 시작됐는가보다, 바라던 보상이 사라진 뒤에도 그 행동을 계속할 수 있는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도 마을에 남은 제스퍼를 보면, 그래도 처음보다 꽤 좋은 사람이 됐다고 볼 수 있겠지요.
▶ 함께 보면 좋은 글
디즈니 영화 <모아나> 실사판 리뷰|굳이 다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아름다운 화면 안에
성장과 선택의 메시지를 담은
가족영화를 찾는다면 읽어보세요
※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코리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참고 자료: 영화 <클라우스> 공식 작품 정보
'OTT ·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넷플릭스 영화 <정점> 리뷰|사샤의 정점은 절벽이 아니었다 (0) | 2026.07.30 |
|---|---|
|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리뷰|나도 미정의 얼굴부터 평가하고 있었다 (0) | 2026.07.10 |
| 넷플릭스 영화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리뷰|문어의 눈으로 사람을 본 밤 (0) | 2026.07.02 |
| 넷플릭스 영화 <토스카나> 리뷰|마늘 냄새가 먼저 설득한 것들 (0) | 2026.06.27 |
| 넷플릭스 영화 <논나> 리뷰|자격보다 먼저 지켜야 했던 것 (0) | 2026.06.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