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영화 백수아파트 리뷰|소리는 들리는데 얼굴을 모른다는 것

※ 스포일러 주의 예전에 반지하 자취방에 살 때 밤마다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자려고 누우면 어김없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위층이겠거니 했는데, 소리 방향이 묘하게 달라서 확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벽을 타고 오는 건지, 옆에서 오는 건지. 반지하라는 구조 탓인지 소리가 사방에서 오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러다 보면 소리에 집중하게 됩니다. 발소리인지 물건을 떨어뜨린 건지, 리듬이 일정한지 불규칙한지. 잠을 자야 하는데 소리를 분석하고 있는 겁니다. 그때 저를 괴롭힌 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었습니다. 소리의 주인을 모른다는 사실이 저를 더 갉아먹었습니다. 얼굴을 알면 화라도 낼 수 있는데, 얼굴 없는 소리한테는 감정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복도에 나가봤다가 아무것도 확인 못 하고..

한국 영화 2026. 7. 7. 12:34
영화 사람과 고기 리뷰|그분이 춥다는 걸, 그날 처음 느꼈습니다

※ 스포일러 주의 몇 년 전 겨울이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발을 동동거리면서 걷고 있던 중에 동네 골목에서 폐지를 주우시던 할머니 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항상 거기 계시던 분이라 늘 그냥 지나쳤는데, 그날따라 손이 너무 시려보여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제 주머니에 있던 손난로를 쥐어드리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분이 거기 계신다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분이 춥다는 건 그날 처음 느꼈구나 싶어서요. 계절이 몇 번 바뀌도록 거기 계신 분이었는데. 를 보고 난 뒤 그 골목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때문에 떠오른 건지, 원래 잊지 못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풍경이 된 사람들영화는 가난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 셋의 이야기입니다. 폐지를 줍는 형준과 우식, 길거리에서 채소..

한국 영화 2026. 7. 6. 13:33
영화 와일드 씽 리뷰|관객들의 웃음소리까지 영화의 일부였다

※ 스포일러 주의 솔직히 이렇게까지 웃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코미디 영화니까 가볍게 즐기다 오자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옆자리 눈치가 보일 정도로 크게 웃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영화 〈와일드 씽〉은 개봉 전 공개된 트라이앵글의 〈Love is〉와 최성곤의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 평소 이 배우들에게서 댄스와 랩, 세기말 가요계의 감성을 떠올리기는 어렵잖아요. 이 조합이 무대에서 대체 뭘 보여줄지 궁금해서 극장으로 갔습니다.영화가 끝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예고편은 본편의 1%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변신, 진지해서 더 웃긴 배우들영화는 2000년대 초 인기를 누렸던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이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해체된 뒤, 2..

한국 영화 2026. 7. 5. 13:41
영화 눈동자 리뷰|우리 둘 다 틀렸다

※ 스포일러 주의카페에서 친구와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냅킨에 이름을 적었습니다. 영화 가 끝나고 나서요. 각자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인물 이름을 종이에 쓰고 동시에 펼쳐 보자고 했습니다. 셋을 세고 펼쳤는데, 둘 다 달랐습니다. 그리고 둘 다 틀렸습니다.둘다 상영 내내 엉뚱한 사람을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억울하진 않았냐고요. 저도 그 말을 하려다가 웃음이 먼저 나왔습니다. 정성껏 의심했던 인물이 멀쩡하게 살아서 엔딩을 맞이하는 걸 보고, 어이가 없어서 픽- 웃어버린 그 순간.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이 영화가 가장 잘 해낸 부분인 것 같습니다. 상영 내내 관객의 시선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했다는 뜻이니까요. 두 눈으로 봤는데 못 봤다〈눈동자〉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서진이 쌍둥이 동생 서인의 죽음을..

한국 영화 2026. 7. 3. 14:22
영화 청설 리뷰|정작 묻지 못한 마음

※ 스포일러 주의 영화 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말을 하지 않고도 가까워지는 용준과 여름의 사랑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두 사람의 설렘보다 여름과 가을 자매가 더 많이 생각났습니다.두 사람은 수어로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마음은 서로에게 묻지 않습니다. 여름은 동생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가을은 그런 언니를 보며 고마움만큼이나 큰 부담을 느낍니다.대화하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서 생긴 엇갈림. 저는 을 보면서 그 부분이 가장 답답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말소리가 줄어드니 얼굴이 보였다대학을 졸업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용준은 부모님의 도시락 가게에서 배달 일을 돕다가 수영장..

한국 영화 2026. 6. 29. 16:41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리뷰|왕이 아닌 아이로 밥을 먹었던 시간

※ 스포일러 주의 친구에게 카톡이 왔을 때 저녁을 먹고 있었습니다. "박지훈 눈이 너무 슬퍼. 진짜 너무 울었어. 눈이 부어서 지하철을 못 타겠다…" 저는 밥을 먹던 도중에 바로 예매를 했습니다.사극을 잘 안 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괜히 역사 공부를 하러 가는 기분이 들어서요. 계유정난, 단종, 엄흥도. 교과서에서 이름 외우느라 바빴던 그 시절 이후로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지나간 이야기이고, 결말도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뭔가 느낌이 달랐습니다. 눈이 부어서 지하철을 못 탄다니. 대체 어느정도길래…?극장에 들어가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나도 울겠다. 그런데 초반엔 엄흥도 때문에 오히려 웃게 되더라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웃을 수는 없었지만요...

한국 영화 2026. 6. 25. 20:27
이전 1 2 3 4 5 다음
이전 다음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

티스토리툴바

운영자 : 그린팝콘
제작 : 아로스
Copyrights © 2022 All Rights Reserved by (주)아백.

※ 해당 웹사이트는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 상품 판매 및 중개의 목적이 아닌 정보만 전달합니다. 또한, 어떠한 지적재산권 또한 침해하지 않고 있음을 명시합니다. 조회, 신청 및 다운로드와 같은 편의 서비스에 관한 내용은 관련 처리기관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