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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리뷰|재식이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게 된 이유

by 그린팝콘 2026. 6. 17.
📖 목차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포스터
▲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포스터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 재식이 로또에 당첨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은혜 엄마가 남긴 집의 보증금을 노리고 접근한 사람인데, 그 돈이라도 생겨서 은혜와 계속 함께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저는 이미 두 사람의 편이었습니다.

 

※ 본 포스팅은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방, 손가락 하나로 벽을 더듬는 아이의 모습.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일곱 살 은혜의 첫 등장이었습니다. 은혜가 크게 울거나 도움을 청한 것도 아닌데, 벽을 짚은 작은 손을 한참 바라보게 됐습니다.

 

재식이 은혜에게 접근한 이유는 보호가 아니라 돈이었습니다. 은혜 엄마가 남긴 집의 보증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보호자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으니까요. 출발은 분명 얄팍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재식이 은혜와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을 차분히 보여줍니다.

 

‘아빠’가 ‘빵’이 된 순간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장면을 꼽으라면, 재식이 은혜에게 처음으로 글자를 가르치는 장면입니다.

 

재식은 글자 블록을 이용해 은혜에게 ‘아빠’라는 단어를 알려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글자를 이리저리 만지던 은혜는 엉뚱하게 ‘빵’을 만들어버립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웃다가 울었습니다.

 

재식은 은혜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습니다. 점자도 모르고, 은혜에게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걸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은혜가 손으로 만지며 세상을 이해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차렸고, 자기 방식대로 블록을 꺼냈습니다.

 

방법은 서툴렀지만 중요한 건 재식이 처음으로 은혜에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빠’가 ‘빵’이 되어버린 장면이 웃기면서도 짠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 동안 괜히 제 손가락을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물을 마실 때, 휴대전화 화면을 넘길 때, 키보드를 칠 때마다 손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다고 잠깐 눈을 감아보는 것으로 은혜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은혜가 살아가는 세계는 그런 짧은 체험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다만 누군가에게 손끝은 무언가를 만지는 감각을 넘어, 사람의 마음과 바깥세상을 받아들이는 언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로또 당첨을 진심으로 바랬던 나

재식은 인간성이 좋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떠난 직원을 애도하기보다 자신이 받아야 할 돈과 집의 보증금부터 계산합니다. 은혜의 보호자 행세를 하면서도 책임감보다는 돈이 먼저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이상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저도 모르게 재식이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고 있는 겁니다. 그 돈을 은혜한테 쓰길 바라면서요. 영화 속 인물인데 꼭 실제로 아는 사람처럼 진심으로 그런 마음이 생길 수 있는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 마음을 발견한 순간, 제가 두 사람에게 완전히 감정이입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재식이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은혜 앞에서만큼은 어제보다 조금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재식과 은혜의 관계는 말로 쌓이는 게 아닙니다. 재식이 은혜의 손을 어떻게 잡는지, 은혜의 반응을 얼마나 기다려주는지 같은 작은 변화로 쌓입니다. 두 사람이 가까워졌다는 설명이 없어도 함께 있는 모습만 보면 어느새 달라진 거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은혜를 연기한 정서연 배우도 기억에 남습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냄새와 진동, 손끝으로 주변을 받아들이는 은혜의 감정을 몸의 작은 반응으로 보여줍니다. 어린 배우가 감동을 끌어내려고 애쓴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오히려 더 오래도록 바라보게 됐습니다.

 

진구 역시 재식의 변화를 거창하게 연기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은혜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하고 귀찮아하던 사람이 조금씩 기다리는 법을 배워갑니다. 진구가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은혜의 반응을 잔잔하게 받아주는 장면들이 좋았습니다.

 

영화 밖에서도 이어지는 은혜의 이야기

영화가 끝난 뒤 시청각장애에 관한 내용을 찾아봤습니다.

 

영화 속 재식은 은혜에게 필요한 도움을 구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찾아 다니지만 어디에서도 분명한 답을 얻지 못합니다. 그 막막함이 지금도 그대로인지 궁금했습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에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 조항이 마련돼 있습니다. 다만 장애인 등록체계에서는 시청각장애가 독립된 별도 유형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각각 따로 다뤄진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두 장애가 함께 있을 때 생기는 소통과 이동의 어려움을 어느 한쪽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재식에게 필요했던 것은 은혜를 어느 기관으로 보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은혜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지 살피고, 그에 맞는 교육과 소통 방법을 함께 찾아줄 사람이었습니다.

 

법과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한 아이에게 필요한 길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영화는 그 당연한 사실을 재식과 은혜의 시행착오로 보여줍니다.

 

영화 속 두 사람을 향한 응원

마지막에 재식이 내린 선택을 보면서 또 한 번 울었습니다. 처음에는 은혜를 돈으로만 바라봤던 사람이 어느새 은혜가 혼자 남을 일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저는 은혜가 어딘가에서 잘 자라고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꼭 실제로 아는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 같았습니다. 뭔가 재식이 로또에 당첨되기 바랬던 그 마음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은혜를 이용하려던 사람에게 행운을 빌게 된 건 재식이 갑자기 완벽하게 착한 사람이 됐기 때문이 아닙니다. 은혜를 자기 방식에 맞추려 하지 않고, 서툴게나마 은혜의 방식을 배우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 영화를 떠올리면 자꾸 손가락이 생각납니다. 은혜를 불쌍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손끝은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생각하게 해준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에 대해서

2021년 5월 12일 개봉한 <내게 너무 소중한 너>는 이창원·권성모 감독이 공동 연출한 100분 분량의 드라마 장르의 영화로,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진구가 행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재식을, 정서연이 일곱 살 은혜를 연기했으며 강신일과 장혜진 등이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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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포토

※ 참고 자료

  •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
  • 국가법령정보센터 '장애인복지법' 제35조, 보건복지부 '장애인등록·장애정도 심사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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