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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제목부터 너무 뻔해 보였거든요. '강아지 나오는 힐링 영화겠지, 뭐.' 야근을 마치고 소파에 늘어져 그냥 틀어놓은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십 분도 지나지 않아 자세를 고쳐 앉게 되더라고요. 정확히는, 무릎 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슬그머니 내려놓은 순간부터였습니다. 화면 속에서 길바닥에 갑자기 쓰러지는 한 여자, 그 옆에서 어쩔 줄 몰라 낑낑대는 강아지 한 마리. 별거 아닌 장면인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제가 키우던 반려견 '초코'를 떠나보낸 지 일 년이 다 되어가던 때라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 이후로 이 영화를 두 번 더 봤습니다. 한 번은 혼자, 한 번은 엄마와 함께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거, 단순한 힐링물이 아니구나!

     

    출처: 나무위키

    연결 - 여러 사람, 한 마리 강아지로 이어지는 이야기

    도그데이즈는 단일 주인공이 끌고 가는 영화가 아닙니다. 산책 중 갑자기 쓰러져 반려견 '완다'를 잃어버린 건축가 민서, 그 사실도 모른 채 입양으로 맞이한 딸 지유와 함께 완다를 돌보게 되는 선용·정아 부부, 동물병원 세입자 진영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건물주 민상, 그리고 떠난 연인의 강아지 '스팅'을 떠맡게 된 기타리스트 현까지.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개'라는 존재 하나로 느슨하게 이어집니다. 결말에서 민서는 진우의 도움으로 완다를 다시 만나지만, 자신보다 더 오래 곁을 지켜줄 수 있는 지유네 가족에게 완다를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영화는 진영이 연 유기견 입양 캠페인으로 마무리되는데, 현의 공연을 배경으로 민상이 진영에게 고백하며 모든 이야기가 따뜻하게 맞물립니다. 처음엔 인물이 너무 많아 산만하게 느껴질까 걱정했는데, 막상 보니 각 에피소드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온도로 흘러가서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이별 - 윤여정이 그려낸 가장 인간적인 외로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윤여정 배우의 얼굴이었습니다. 대사가 많지 않은 장면에서도 표정 하나로 인물이 살아온 시간을 전부 설명해버리는 느낌이었달까요. 특히 완다를 다시 찾았음에도 결국 지유네 가족에게 보내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는,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얼굴에 떠올라서 보다가 저도 모르게 휴지를 찾았습니다. 화려한 연기가 아니라 너무 자연스러워서 연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그런 종류의 연기였습니다. 신기한 건 이 인물의 변화 과정이 전혀 작위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강아지 덕분에 인생이 180도 바뀌었어요' 식의 뻔한 전개가 아니라, 누군가를 돌보고 또 떠나보내는 작은 행위들이 사람을 얼마나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바꿔놓는지를 보여줍니다. 나이 든 배우가 외로움과 이별이라는 감정을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제 주변의 어른들이 떠올라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습니다.

     

    회복 -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달라진 것들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충동적으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초코 사진 좀 더 있어?"라고 물었습니다. 별 의미 없던 그 한마디가 그날따라 진심이었습니다. 다음 날엔 동네 유기동물 보호소 홈페이지를 한참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운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함께 산다는 것'과 '잘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도그데이즈는 반려인이라면 더 깊이 와닿을 영화지만,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분들에게도 충분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건 강아지가 아니라 '곁을 내어주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화려한 반전도, 자극적인 전개도 없습니다. 그저 잔잔하게, 천천히 마음을 적셔오는 영화입니다. 요즘처럼 모두가 지치고 외로운 시기에, 이런 영화 한 편쯤 보고 잠깐이라도 마음이 말랑해지는 경험,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혼자보다는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보고 나면 분명, 옆에 있는 사람에게 안부 한마디 건네고 싶어질 테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sbH53fCx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