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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 드라마

넷플릭스 드라마 <들쥐> 리뷰|제문재가 가장 두려워한 것

by 그린팝콘 2026. 9. 1.
📖 목차

넷플릭스 드라마 들쥐 포스터
▲ 넷플릭스 드라마 <들쥐> 포스터

 

어릴 때 제가 살던 동네에는 매주 수요일마다 뻥튀기 장수 아저씨가 찾아왔습니다. 그날만 되면 저는 뻥튀기를 먹자고 엄마를 졸랐고, 엄마는 쌀 한 바가지를 들고 나가셨다가 제 몸통만 한 뻥튀기 봉지를 안고 돌아오셨습니다. 파란 트럭이 골목에 들어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고, 지금도 그 모습이 선명합니다. 그런데 동생은 그 트럭이 흰색이었다고 합니다.


이상한 것은 둘 다 자기 기억이 아주 선명하다는 겁니다. 저도 파란색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동생도 흰색을 확실히 기억합니다. 확인할 사진도 남아 있지 않아 이제는 누구의 기억이 맞는지 알 수 없습니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둘 중 한 사람, 어쩌면 두 사람 모두 실제와 다른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알았습니다. 기억이 선명하다는 것과 그 기억이 정확하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들쥐>의 문재를 보고 제 어릴적 뻥튀기 트럭이 생각났습니다.

※ 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들쥐> 작품 정보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2026년 8월 28일 공개된 10부작 청소년 관람불가 추적 스릴러입니다. 김홍선 감독이 연출하고 이재곤 작가가 극본을 맡았습니다. 류준열이 문재와 들쥐를 1인 2역으로 연기했으며, 설경구는 사채업자 노자, 이규형은 형사 박순용으로 출연합니다.


루드비코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손톱을 먹은 쥐가 사람으로 변한다는 우리 설화에서 출발했습니다.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던 소설가 제문재는 어느 날 휴대전화와 은행 계좌, 집을 비롯해 자신의 신원을 증명하던 모든 것을 잃습니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로 제문재 행세를 하는 사람까지 나타나자 문재는 노자와 손잡고 들쥐의 정체를 쫓습니다. 그러나 추적이 이어질수록 문재가 잊고 있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납니다.

 

자신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과거

문재의 기억 속에서 서유민은 자신을 질투하고 배신한 사람입니다. 문재는 자신이 억울하게 삶을 빼앗긴 피해자라고 믿으며 유민을 쫓습니다.


그러나 결말에서 드러난 과거는 정반대였습니다. 문재는 유민과 민영의 관계를 질투했고, 민영에 관한 이야기를 자기 뜻대로 써서 세상에 퍼뜨렸습니다. 유민의 글과 생각이 담긴 노트까지 가져가 자기 작품으로 발표했습니다. 문재가 누리던 작가의 명성과 생활은 처음부터 유민의 것을 가져와 만든 것이었습니다.


작품은 문재가 왜 과거를 그렇게 기억하게 됐는지 하나의 답으로 확정하지 않습니다. 약의 영향인지, 트라우마 때문인지,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을 오랫동안 반복한 결과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저는 문재가 발각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에게까지 과거를 숨긴 것은 아닐까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진실까지 견디기 어렵다면 아예 자신이 피해자였다고 믿는 편이 살아가기 쉽습니다.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낄 이유도 사라집니다.


문재가 만든 가장 단단한 방어기제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생활이 아니라, 자신이 피해자라고 믿어버린 기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들키지 않으려면 먼저 자기 자신에게 들키지 않아야 했던 것입니다.


물론 저와 동생이 기억하는 트럭의 색깔과 문재의 기억을 같은 무게로 놓을 수는 없습니다.  문재의 기억은 자신의 죄를 지우고 다른 사람을 가해자로 만들었습니다. 


두 기억에서 닮은 점은 하나뿐입니다. 아무리 선명한 기억도 사실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죄책감보다 발각이 무서웠던 사람

문재의 방어기제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과거를 잊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모든 기억을 되찾은 뒤입니다.


진실을 알게 된 문재는 더 이상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몰랐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유민의 글을 훔쳤고, 민영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도 알게 됩니다.


그런데도 문재는 멈추지 않습니다. 유민이 진실을 세상에 공개하려 하자 배 위에서 그와 싸우고, 유민은 바다로 떨어집니다. 이후 문재는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이름과 집을 되찾습니다.


유민이 남긴 <들쥐> 2권 원고를 발견했을 때도 그의 관심은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내용이 출간되면 표절과 거짓말이 드러나 작가 제문재의 삶이 무너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문재는 원고를 고쳐 다시 유민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과거의 기억을 바꾸어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야기를 고쳐 살아남으려 합니다.


류준열 역시 종영 인터뷰에서 결말의 문재를 응징당하는 사람보다 위기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살아남으려는 사람으로 표현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재는 이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죄를 기억하는 것과 뉘우치는 것은 다릅니다. 마지막에 커튼 너머로 유민의 얼굴을 보는 장면에는 죄책감과 불안이 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그 죄책감은 문재를 멈추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끝내 칼을 집어 든 것은 과거가 다시 찾아와 자신이 지켜온 삶을 무너뜨릴지 모른다는 공포가 더 컸기 때문입니다.


제 어릴 적 뻥튀기 트럭이 파란색이었는지 흰색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틀린 기억이 밝혀져도 저나 동생의 삶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문재는 달랐습니다. 자신의 기억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순간, 작가 제문재로 살아온 인생 전체가 무너집니다. 그래서 그는 진실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을, 죄책감보다 발각되지 않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어쩌면 문재에게 가장 무서운 사람은 서유민이 아니라, 진실을 기억해낸 자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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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코리아, 네이버 영화 <더 리더> 포토
※ 참고 자료: 넷플릭스 드라마 <들쥐> 공식 작품 정보, 조이뉴스24 류준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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