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한테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영화 보고 나왔다고, 눈이 너무 부어서 지하철을 못 탈 것 같다고. "박지훈 눈이 너무 슬퍼. 진짜 너무 울었어." 딱 그 한 마디였습니다. 그 문자를 받고 저도 바로 예매를 했습니다. 평소에 사극을 즐겨 보는 편은 아닙니다. 계유정난, 단종, 엄흥도. 교과서에서 배운 건 알지만 솔직히 이름 외우기 바빴던 기억만 납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 앉아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12세에 왕이 되어 이듬해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먼 산골짜기로 쫓겨난 열다섯 살 아이. 그 아이의 눈을 보는 순간 교과서 속 단종이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사람이 느껴졌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불이 켜졌을 때, 주변에서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습니다. 저도 ..
며칠 전 늦은 밤, 딱히 볼 게 없어서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멈춘 영화 한 편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10분만 보고 끄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유해진, 이준 주연의 영화 〈럭키〉입니다. 가벼운 코미디인 줄로만 알았던 이 영화는, 보면 볼수록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꽤 오랜 시간 영화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계속 곱씹어야 했습니다. 기억상실 - 청부살인업자가 잃어버린 건 기억만이 아니었던 이유영화는 냉혹한 청부살인업자 형욱이 사우나에서 미끄러져 기억을 잃으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무명배우 재성은 인생을 비관하며 같은 사우나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두 사람의 사물함 열쇠가 뒤바뀌면서 형욱은 얼떨결에 ..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제목부터 너무 뻔해 보였거든요. '강아지 나오는 힐링 영화겠지, 뭐.' 야근을 마치고 소파에 늘어져 그냥 틀어놓은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십 분도 지나지 않아 자세를 고쳐 앉게 되더라고요. 정확히는, 무릎 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슬그머니 내려놓은 순간부터였습니다. 화면 속에서 길바닥에 갑자기 쓰러지는 한 여자, 그 옆에서 어쩔 줄 몰라 낑낑대는 강아지 한 마리. 별거 아닌 장면인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제가 키우던 반려견 '초코'를 떠나보낸 지 일 년이 다 되어가던 때라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 이후로 이 영화를 두 번 더 봤습니다. 한 번은 혼자, 한 번은 엄마와 함께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거, 단순한 힐링물이 아니구나! 연결 - 여러 사람, 한 마리 강아지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