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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화 & 애니메이션

영화 <오토라는 남자> 리뷰|문을 열기로 선택한 사람

by 그린팝콘 2026. 8. 3.
📖 목차

영화 오토라는 남자 포스터
▲ 영화 <오토라는 남자> 포스터

 

짝꿍과 말다툼을 하고 나서 화해하고 싶은데 눈치만 봤던 날이 있었습니다. 진짜 별 것도 아닌 양말 벗는 것 가지고 싸우고는 그게 뭐라고 먼저 사과 하기는 또 싫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제 짝꿍도 먼저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풀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저런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다 저는 피곤해져서 낮잠이나 자려고 방에 커튼을 다 치고 이불 덮고 누웠습니다.

 

반쯤 잠들려 하는데 밖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 아이스크림 먹을건데, 먹을래?”

 

너무 졸리고 귀찮았습니다. 잠이 막 들려고 하던 차에 깨버려서 순간 화가 더 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일어나서 나갔습니다.

 

아이스크림은 핑계였고, 화해하고 싶었으니까요.

 

영화 <오토라는 남자>를 보면서 그 날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게 생각났습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토라는 남자>는 어떤 영화일까?

2023년 3월 29일 국내 개봉한 <오토라는 남자>는 마크 포스터 감독이 연출하고 데이비드 매기가 각본을 맡은 코미디·드라마 장르의 영화입니다. 톰 행크스, 마리아나 트레비뇨, 레이첼 켈러,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트뤈 행크스 등이 출연합니다. 러닝타임은 126분이며 관람등급은 12세 이상입니다.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원작으로 합니다.

 

아내 소냐를 잃은 뒤 삶의 목적까지 잃어버린 오토는 동네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을 참지 못하는 까칠한 남자입니다. 삶을 끝내려 할 때마다 앞집에 이사 온 마리솔 가족을 비롯한 이웃들의 부탁과 사건이 끼어들면서 그의 계획은 계속 어긋납니다.

오토는 왜 매번 문을 여는가

오토는 삶을 끝내려 할 때마다 뜻밖의 사건이나 이웃의 부탁에 가로막힙니다. 무언가가 오토를 다시 집 밖으로 불러내는 거죠.

 

대부분은 이걸 이웃이 오토를 살리는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틀린 해석은 아니지만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토는 왜 매번 문을 여는 걸까요?

 

문을 열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고, 커튼을 친 채 모른 척할 수도 있었습니다. 까칠하고 자기 고집대로 사는 사람이 이웃의 노크 하나를 못 이긴다는 건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오토는 분리수거 규칙 하나를 어긴 이웃에게도 직접 찾아가 지적하는 사람입니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잘못된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투덜거리고 인상을 쓰면서도 결국 밖으로 나갑니다.

 

영화의 화면도 이런 오토를 닮았습니다.

 

촬영감독 마티아스 쾨니히스비저는 오토의 통제적인 성격에 맞춰 16:9 화면비와 고정된 구도, 절제된 카메라 움직임을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시각적인 표현을 조금씩 풀었지만 끝까지 과장된 움직임은 자제했습니다.

 

반듯하게 닫혀 있던 화면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과정이, 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오토의 변화와 묘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참고 자료: Panavision, 촬영감독 마티아스 쾨니히스비저 인터뷰「The Cinematography of A Man Called Otto」

핑계가 필요했던 사람

새로 이사 온 마리솔이 음식을 들고 문을 두드렸을 때, 오토는 거절할 수 있었습니다. 이삿짐 차가 인도 위로 올라가서 헤맬 때도 그냥 창문 너머로만 봐도 됐습니다.

 

그런데 오토는 나갔고 직접 차를 빼줬습니다.

 

여기서 다시 생각해보면 이웃이 오토를 끌어낸 게 맞긴 한데, 오토 안에 아직 뭔가 남아 있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오토에게 필요했던 건 나갈 이유였습니다.

 

소냐가 죽고 난 뒤에는 자신이 아침마다 일어나야 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직장도 잘렸고,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습니다. 그 공백 속에서 오토는 아내를 따라가는 것 말고는 자신에게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마리솔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차가 길을 막았고, 고장 난 난방기를 고쳐야 했으며, 운전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이 생겼습니다.


사소하고 별것 아닌 이유들이지만, 오토에게는 집 밖으로 나가도 되는 이유가 생긴 겁니다.

 

살고 싶다는 말은 못 해도, "아이스크림 먹을래?"라는 말에 일어날 수는 있는 것처럼요.

 

이웃이 오토를 구한 게 아닙니다. 오토가 이웃을 핑계로 매번 나가기로 선택한 겁니다.

살겠다는 말 대신 오늘도 나가는 것

오토는 끝까지 자신이 살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마리솔한테도, 고양이한테도, 소냐의 무덤 앞에서도요.

 

대신 오토는 매일 동네를 순찰하고, 분리수거를 단속하고, 이웃의 일에 끼어듭니다.

 

그게 오토가 살아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저도 그날 이불 속에 누워서 화해하고 싶다는 말은 못 했습니다. 대신 짝꿍이 아이스크림을 먹겠냐는 소리에는 일어났죠.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이었고,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오토가 결국 마리솔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아이를 돌보고, 고양이를 거두는 건 삶을 사랑하게 됐기 때문이 아닐 겁니다.

 

나가도 되는 이유가 하나씩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살겠다는 의지보다 오늘 나갈 이유가 먼저인거죠.

 

제가 본 <오토라는 남자>는 이웃이 한 사람을 살렸다는 이야기라기보다, 한 사람이 이웃을 핑계로 하루하루 문을 열기로 선택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쌓여서 삶이 됩니다.

 

문을 열지 말지는 언제나 오토가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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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오토라는 남자>, <지금 만나러 갑니다> 포토
※ 참고 자료: 영화 <오토라는 남자> 공식 작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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