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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화 & 애니메이션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리뷰|우리가 삶을 미루는 두 가지 방식

by 그린팝콘 2026. 8. 17.
📖 목차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포스터
▲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포스터

 

<소울>은 시작 전부터 귀를 기울여볼 만합니다. 디즈니 로고와 함께 익숙한 팡파르가 나오는데, 평소와 달리 어딘가 삐걱거리고 서툽니다.

 

실수가 아닙니다. 제작진이 일부러 서툴게 연주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뒤이어 학생들의 서툰 연주가 이어지고 조 가드너의 중학교 음악수업이 시작됩니다.

 

웅장하게 들려야 할 디즈니 팡파르부터 중학교 밴드의 소리처럼 만들어버린 셈인데요. 이 시작이 <소울>과 꽤 잘 어울렸습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삶도 완벽하게 준비된 뒤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스포주의|본 포스팅은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는 <소울>의 22였던 적이 있습니다. 사무직에서 현장직으로 이직을 결심했을 때인데요. 이 회사는 이래서 힘들 것 같고, 저 회사는 저래서 아닌 것 같고. 모르는 분야니까 겁도 났습니다. 그렇게 한참 따지다 보니 시간만 계속 흘러 갔습니다.

 

이러다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어 그냥 저질러버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예상 못했던 것들이 좋았습니다. 몸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거칠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순했고 유쾌했습니다. 사무직의 복잡하고 이상한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없으니 마음도 너무 가벼웠습니다. 몸을 쓰며 단순한 하루하루를 보내니 밥맛도 너무 좋았고 삶이 더 활기찬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기 전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던 것들이었습니다. 이유를 다 찾고 움직인 게 아니라, 움직이고 나서 이유가 생긴 겁니다.

 

2020년 피트 닥터 감독의 <소울>에는 전혀 다른 두 주인공이 나옵니다. 평생 재즈 뮤지션을 꿈꿔온 음악 선생님 조와, 아주 오랫동안 지구에 태어나기를 거부해온 영혼 22입니다.

 

조는 어떻게든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22는 어떻게든 지구에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둘은 얼핏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삶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22|이유가 생기면 시작하겠다

22는 지구에 내려가기 위한 배지의 마지막 칸인 ‘스파크’를 찾지 못합니다. 수많은 멘토를 만나도 도무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릅니다. 결국 아예 지구에 갈 필요가 없다며 냉소 뒤에 숨어버립니다.

 

22가 달라지는 건 우연히 조의 몸에 들어가 직접 지구를 경험하면서부터입니다.

 

피자를 먹고, 길을 걷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바람을 느끼고 나무에서 떨어진 씨앗을 손에 받아봅니다. 조에게는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인데, 처음 살아보는 22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그리고 그 하루를 보낸 뒤 22의 배지가 완성됩니다. 22는 먼저 살아본 뒤에야 더 살아보고 싶어졌던 겁니다.

조|이것을 이루면 제대로 살겠다

조는 반대입니다. 이미 수십 년째 살고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 역시 삶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재즈 뮤지션이 되어야 비로소 자신의 진짜 삶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는거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고 거리를 걷는 시간은 꿈에 도착하기 전의 대기 시간처럼 취급합니다.

 

그러다 드디어 조는 도로시아 윌리엄스의 밴드와 함께 무대에 서게 됩니다.

 

꿈을 이뤘는데 조는 이상하게 공허합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 왔는데도 "이게 다야?" 싶었던 겁니다.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그냥 똑같은 다음 날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조는 22가 자신의 몸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모아놓은 사소한 물건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순간들을 떠올립니다.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 아버지와 보낸 날, 밥을 먹고 길을 걷던 순간들.

 

돌아보니 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진짜 삶’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둘만의 방식일까

22는 무언가를 찾으면 살겠다고 했고, 조는 무언가를 이루면 제대로 살겠다고 했습니다.

 

한 명은 삶의 입구 앞에서 기다렸고, 한 명은 이미 삶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계속 입구를 찾고 있었습니다

 

정반대로 보이는 둘은 사실 똑같이 현재를 미루고 있었던 겁니다.

 

이직을 앞두고 이것저것 따지던 저는 어떻게 보면 <소울>의 조와도 비슷했습니다. 충분히 좋은 선택이라는 확신이 생기면 움직이려고 했던 것 말입니다. 그런데 그냥 해보니 내가 왜 좋아하는지, 왜 계속하고 싶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와 22의 방식으로 삶을 미루며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기로 선택해서 태어난 게 아닙니다. 그냥 태어났고, 태어났기 때문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유를 먼저 찾아야 산다는 22의 전제 자체가 어쩌면 처음부터 틀렸을 수도 있지요. 그리고 어떤 조건이 충족된 뒤에야 진짜 삶이 시작된다는 조의 생각도 처음부터 순서가 뒤집혀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의 이유는 입장권처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생기거나 발견하는 거니까요.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작품 정보

2021년 1월 20일 국내 개봉한 <소울>은 피트 닥터 감독과 캠프 파워스 공동연출로 완성된 애니메이션·판타지·코미디 장르의 영화입니다. 피드 닥터, 마이크 존스, 켐프 파워스가 각본을 맡았으며, 제이미 폭스가 조 가드너, 티나 페이가 22의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러닝타임은 약 100분이며 전체 관람가입니다. 

 

현실적인 뉴욕과 추상적인 '태어나기 전 세상'의 전혀 다른 화면, 그리고 존 바티스트의 재즈와 트렌트 레즈너 ·애티커스 로스가 만든 두 세계의 음악 차이도 함께 볼 만합니다. 

그리고 특히 <소울>을 다시 보신다면 디즈니 로고가 나오는 순간부터 한번 귀를 기울여보세요. 서툰 팡파르부터 이미 영화 시작입니다.

※ 참고 자료: 씨네21|<소울>의 음악 - 모든 소리를 가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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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네이버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포토
※ 참고 자료: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공식 작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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