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은주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저는 반전보다 제 반응에 더 놀랐습니다. 현실에서 누군가 외로운 노인의 손녀 행세를 하며 돈을 노렸다면 명백한 사기입니다. 피해자는 계춘이고, 은주에게는 화가 났어야 맞는거죠.그런데 저는 은주가 계춘의 집에서 쫓겨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거짓말이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영화를 언제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보고 있었던 걸까요. 계춘보다 은주의 사정을 먼저 걱정하게 된 제 마음이 이상해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 생각해 봤습니다. 혜지가 아닌 아이가 돌아왔습니다2016년 개봉한 창감독의 영화 은 윤여정과 김고은이 출연합니다. 제주에서 해녀로 살아가는 계춘은 시장에서 잃어버린 손녀 혜지를 12년 만에 다시 만납니다. 어린아이였던 혜지는..
※ 스포일러 주의 그날은 회사 일이 유난히 꼬였습니다. 제가 애써 정리한 일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성과처럼 넘어갔고, 회의에서 꺼낸 의견도 별 반응 없이 묻혔습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창밖만 멍하니 봤습니다. 억울하다고 따질 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집에 바로 들어가기 싫어서 집 근처 영화관엘 갔습니다. 보고 싶은 작품을 정해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시간이 맞는 영화를 골랐습니다. 그게 였습니다.2026년 3월 4일 개봉한 는 조현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염혜란과 최성은이 주연을 맡은 휴먼 코미디입니다.포스터만 보면 가볍게 웃고 나올 영화 같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공 국희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국희는 일과 가정 모두를 자기 계획..
※ 스포일러 주의 극장을 나오면서 친구한테 제일 먼저 한 말이 이거였습니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냐?"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를 다 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이 왜 진심인지 알 겁니다.2025년 5월에 개봉한 는 과 의 강형철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영화입니다. 다섯 명의 초능력자 이야기고, 누적 관객 수 약 189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한국형 슈퍼히어로물이라는 말을 듣고 살짝 걱정했는데 코믹 액션이니 큰 기대 없이 웃으면서 재밌게 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마스크걸의 주오남 때문에 고른 영화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안재홍 때문에 골랐습니다. 넷플릭스 에서 주오남을 연기한 걸 보고 이 배우는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순하고 웃긴 이미지로만 알던 배우가 그렇..
※ 스포일러 주의 영화가 끝나고 극장 안에 불이 켜졌는데도 친구는 한동안 스크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겨우 입을 열어 한 말이 ‘이거 진짜 실화냐’ 였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와… 이게 진짜 실화라고?“ 이랬습니다. 극장을 나와서도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습니다.2023년에 개봉한 ‘리바운드’는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고 안재홍이 주연을 맡은 실화 영화입니다. 실제 2012년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고교농구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026년 4월에는 3년 만에 극장에서 재개봉되기도 했습니다.영화는 해체 위기에 놓인 농구부와 젊은 강양현 코치, 선수 여섯 명이 전국대회 결승까지 올라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선수 여섯, 그리고 곧 다섯저는 학창 시절 동네..
※ 스포일러 주의 보다가 재미없으면 끄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는 웃기기도 했는데 자꾸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그리고 방금 내가 유해진을 보고 잘생겼다고 생각한 건가… 그게 조금 신기했습니다.2016년에 개봉한 는 유해진, 이준 주연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일본 영화 을 리메이크한 작품이에요. 냉혹한 청부살인업자 형욱이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기억을 잃고, 그 틈에 무명배우 재성이 형욱의 열쇠를 몰래 바꿔치기하면서 두 사람의 삶이 통째로 뒤집힙니다. 재성은 형욱의 펜트하우스에 들어가 살고, 기억을 잃은 형욱은 자신이 재성인 줄 알고 배우 지망생의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유해진이 잘생겨 보인 이유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 보기 전까지 유해진 하면 코믹 연기 전문..
※ 스포일러 주의 영화 ‘넘버원’을 보기 며칠 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목소리부터 심상치 않았어요.“울엄마… 가셨어.”친구는 그 말만 겨우 꺼내고는 한참을 울었습니다.며칠 뒤에 장례 치른 친구가 괜찮은지 걱정되서 찾아갔었는데, 친구는 조문 받을 때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발인이 끝나고 혼자 집에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미친 듯이 배가 고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냉장고를 열어도 밥솥을 봐도 먹을 게 없었다고요. 정확히는, 엄마가 해주던 그 밥이 없었던 겁니다."울엄마는 몸이 그렇게 안 좋으셨는데 내색 한 번을 안 하시고 늘 따신 밥 차려주셨거든. 그게 너무 그리워서 미치겠어."친구는 그 말을 하면서 또 한참 울었습니다. 저는 해줄 말을 찾지 못한 채 등만 토닥거렸습니다. 그러고는 며칠 뒤에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