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이라는 이름만 보고 '웃긴 영화겠네' 하면서 별생각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코미디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 헬로우고스트는 그런 영화입니다. 개봉한 지 꽤 됐지만 볼 때마다 이상하게 새로운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코미디 — 웃다가 어느새 진지 모드초반부는 누가 봐도 코미디 영화처럼 시작합니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난 주인공 상만이 갑자기 네 명의 귀신을 보게 되고, 그 귀신들이 다짜고짜 그의 몸에 들어와 같이 살겠다고 떼를 쓰는 장면들이 정말 웃겼습니다. 술만 마시면 행패를 부리는 귀신, 먹는 것에 환장한 귀신, 사랑에 빠져 정신없는 귀신, 엄살이 유독 심한 귀신까지..
어두운 방, 손가락 하나로 더듬더듬 벽을 짚는 아이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 순간 저는 숨을 멈췄어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일곱 살 아이, 은혜의 첫 등장 장면이었습니다. 평소 영화 보면서 잘 안 우는 편인데, 이날은 시작한 지 10분 만에 눈물이 났습니다. 빚에 쪼들려 전세 보증금 8천만 원을 가로채려고 아이에게 접근하는 사기꾼 제식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처음엔 '저 사람 진짜 나쁘다' 싶다가도 어느새 같이 무너지게 되더라고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시청각장애라는 말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상상도 못 했고요. 이 글에서는 스포일러를 포함해서 제가 직접 느낀 감정 그대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도, 이미 보신 분들도 같..